UPDATED. 2024-11-01 16:59 (금)
동네 슈퍼가 동네에서 사라지고 있다
상태바
동네 슈퍼가 동네에서 사라지고 있다
  • 이한나
  • 승인 2013.01.16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가 국회에서 무산되면서 동네 슈퍼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란 대형 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의 중간 크기의 식료품 중심 유통 매장으로, 소규모 틈새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는 슈퍼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형 슈퍼마켓으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마켓 등이 있다. 전국상인연합회 인태연 부위원장은 “SSM이 입점하면 1년 내 그 동네에 있는 (점포) 열 개 중 대여섯 개는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남구 대연동 롯데슈퍼에 물건을 사러온 박영미(47) 씨는 “동네 슈퍼가 어려운 건 알고 있지만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할인되는 롯데슈퍼를 찾는다”고 말했다. 또한, 장을 볼 때면 항상 기업형 슈퍼마켓을 이용한다는 윤순금(38) 씨는 “동네 슈퍼에는 살 수 있는 물건이 제한되어 있지만, 여기에는 정육 코너나 수산물 코너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을 한 번에 살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 소비자들은 동네 슈퍼보다 싸고, 다양한 상품들을 한 곳에서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이나 대형 마트를 이용하고 있다.
대연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숙희(58) 씨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슈퍼에서 밀가루나 계란 등 식료품을 많이 사갔다. 그래서 애들 대학도 다 보내고 했는데, 이제는 하루에 손님이라고 해봤자 지나가다 담배 사러 오는 손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대형 마트들이 골목 안까지 들어와 여러 가지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어서, 손님들이 동네 슈퍼에서는 식료품을 거의 사가지 않는다.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인 만큼 할인을 하면 남는 것도 없어서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의 'SSM 주변 소매점 실태조사' 결과, SSM 입점 이후 모든 업체의 하루 매출이 이전보다 평균 30.8% 즉, 49.7만 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동네 슈퍼의 매출 하락이 기업형 슈퍼마켓이나 대형 마트와의 가격 차이로만 생겨난 문제는 아니다.
대연동에 사는 구민경(22) 씨는 “동네 슈퍼들은 허름하고 작아서 왠지 과자나 음료수 같은 것들은 오래되고 더러워 보여서 사먹기 꺼림칙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 소비자들은 동네 슈퍼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동네 슈퍼 주인 김숙희(58) 씨는 “할매가 가게 주인이고, 장사를 오래 해서 건물도 낡았고 하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꼬박꼬박 새 물건도 들여오고 오래된 건 물건은 다시 보낸다. 그러니 더럽다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형 슈퍼마켓이나 대형 마트가 골목 안까지 진입하면서 동네 슈퍼 상인들의 어려움은 더 커져가고 있지만 상인들의 상권을 보장해 줄 법은 아직 제자리걸음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