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들의 책가방과 등산용 배낭을 떠올리게 했던 백팩(backpack)이 요즘 대학생, 심지어 직장인들에게까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부산대, 부경대, 경성대학교 학생들이 다니는 길에 잠시만 서있어도 우리는 백팩을 멘 학생들을 쉽게 그리고 많이 볼 수 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겨우 공대 남학생들에게서만 백팩이 이용되었는데, 이제는 전공을 불문하고 다양한 학생들이 이용하니, 이것은 그때와 비교하면 아주 큰 변화이다.
백팩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것은 연예인들의 영향이 크다. 지난 해 방영되었던 드라마 ‘파스타’에서 두 주인공인 공효진과 이선균의 백팩을 멘 모습이 자주 등장해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백팩의 인기도 크게 상승했다. 또한 인기 그룹 빅뱅도 백팩을 유행시키는 데에 한 몫 했다. 이 밖에도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닉쿤, 정용화, 서현, 조권, 그리고 기타 연예인들의 공항패션을 통해 연예인들의 백팩 코디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경성대학교 법학과 임아연(22) 씨는 평소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백팩을 메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 예뻐 백팩 구매를 고려 중이다. 특히 임 씨는 “닉쿤이 우리결혼했어요에서 멨던 가방이 너무 귀엽고 예뻐 꼭 사고싶어요”라고 말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이유리(22) 씨는 캐쥬얼한 옷이 아닌 원피스에도 백팩을 메어 귀여운 스타일로 연출한다고 한다. 그녀는 “예전에 비해 백팩의 디자인이 다양하고 화려해져 메고 다니는 즐거움이 있어요”라고 전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도 백팩의 인기에 기여하고 있다. 두 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백팩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와이파이 존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공부나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져, 노트북이 들어가는 백팩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평소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 강의를 듣는 고정호(27) 씨는 얼마전 노트북이 들어가는 백팩을 구매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노트북 살 때 받은 가방을 이용해 들고 다녀 팔도 아프고 폼도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어깨도 편하고 스타일도 살아서 너무 좋아요”라고 전했다.
이러한 백팩의 인기는 가방 매장을 방문해보면 직접 실감할 수 있다. 등산복 전문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는 공효진이 멘 가방이 유행하면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고, 고급 브랜드인 MCM 역시 흐름에 맞추어 백팩을 선보여 큰 매출 상승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롯데백화점의 조사에 따르면, 가방 브랜드 만다리나 덕은 지난 해에 비해 매출이 무려 300%나 늘었고, MCM이 선보인 백팩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재주문 물량의 80%가 이미 판매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백팩의 화려한 부활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에서 1년 간 어학연수를 다녀온 이슬기(28) 씨는 백팩을 메고 책을 가득 넣어 다니던 호주의 학생들과 달리, 우리나라 학생들은 패션 유행에 따라 백팩을 메고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고 한다. 그는 “백팩을 메고 다니는 학생들 중에 책이 들어있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라며 말했다.
직장인 곽윤환(27) 씨도 대학생일 때 캐나다에서 1년 정도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학생들이 명품 가방을 들거나 하이힐을 신지 않고 운동화에 백팩을 메고 학교를 다니고, 파티에 갈 때만 화려하게 치장한다고 한다. 곽 씨는 “우리나라 백팩은 실용성이라는 가면을 쓴 사치품이에요”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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