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밤 서면 쥬디스태화 앞 시국집회에 5,000명 운집...중노년층도 다수 참가 / 정혜리 기자
전국에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부산 역시 시민들의 ‘박근혜 하야' 함성으로 가득하다. 요즘 서면에서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집회가 열리고 있고, 지난 5일엔 주말을 맞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5,000명(경찰 추산 3,000명)이나 됐다.
5일 부산 서면. 시국 집회가 열리기 전인 오후 5시에는 동의대학교·부산가톨릭대학교·부산교육대학교·부산대학교·영산대학교 총학생회가 주최한 대학생 시국대회가 열렸다. 부산역에서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부산시당, 시민단체가 모여 ‘박근혜 하야, 백남기 농민 추모 부산시민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부산역에서부터 서면까지 행진해 서면에 모였던 대학생들과 만나 7시 30분 시국 집회를 진행했다.
행진이 계속되면서 합류자가 늘어 대열이 500여 미터를 늘어섰고, 쥬디스태화 앞에 모인 시민들은 더는 앉을 자리가 없어 중앙대로 7차선 중 4개 차로까지 나와 앉았다. 행인들도 멈춰 서서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서면 집회는 노동자·시민단체보다 청소년, 대학생을 포함한 시민들의 주도로 진행됐다. 청소년, 대학생, 중장년 할 것 없이 한 명 한 명 마이크를 잡고 왜 시위에 나왔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자, 시민들은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발언하겠다는 신청자가 끊이지 않아 주최 측에서 끊어야 할 정도였다.
"국민이 주인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한 고등학생은 “3·1운동, 6월 민주항쟁 때도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며 “나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누구도 내가 어리다는 이유로 나서지 말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시국 집회 분위기는 지금까지의 다른 집회와는 달랐다. 교복을 입은 학생, 청년이 많았고, 장년과 노년층도 등장했다. 한 때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지지층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피켓을 들고서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던 장모(74, 부산시 동구) 씨는 “나는 박근혜를 뽑았는데 이제 보니까 최순실이 대통령이더라”며 “미치고 환장하겠다”고 소리쳤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데리고 서면을 찾은 이모(4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꼭두각시 대통령은 필요없다. 사태가 이 정도까지 됐는데도 왜 하야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국민이 얼마나 분노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는 것이냐”고 답답해했다.
직장인 길모(26,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한 나라의 수장이자 국민의 대표가 사사로운 관계 인사의 뜻대로 나라를 좌지우지했다는 것, 국정농단에 분노해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도 학교 깃발을 들고 나섰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박모(25, 부산시 연제구) 씨는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며 “양파처럼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스캔들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녁 8시 30분, 1시간 동안의 자유발언이 이어지고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하야하라_박근혜 매일 저녁 7시 30분 쥬디스로 와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쥬디스태화 앞에서 서면로터리, NC백화점, 복개로, 천우장까지 3km 구간 행진에 들어갔다.
이날 집회에서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발언하고 구호를 외치며 평화 시위를 이어갔으며, 경찰은 도로에 나와 있는 시민들은 보호했다. 서면 일대 교통이 정체됐지만, 시민들은 불편해 하기보다는 함께 피켓을 들어주거나 손뼉 치고 주먹을 쥐어 보이는 등 지지의 뜻을 보였다.
서면 집회는 오늘(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저녁 7시 30분 쥬디스태화 앞에서 계속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