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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하여, 우리 사회는 일명 ‘스마트 라이프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자는 스마트한 생활을 즐기는 대가로 소위 ‘부킹 앱’의 사슬에 묶여있다. 부킹 앱은 위치 파악 겸 사람사귀기 앱을 가리킨다. 이런 명목 하에 만들어진 앱은 불건전한 만남의 장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앱으로는 ‘1km’, 아이폰의 ‘후즈히어(Whos here)’, 안드로이드의 ‘하이데어(Hi there)’가 있다. 우선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앱을 설치해 위치서비스를 설정한다. 그러면 거리상 가까운 사람부터 지도상의 위치가 뜨면서, 목록도 펼쳐진다. 그 위치와 목록에는 사용자의 사진과 간단한 신상정보가 들어있다. 이렇게 목록에 뜨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것을 사용자들이 휴대폰으로 볼 수 있다. 이 어플의 가장 핵심 기능 중 하나는 목록에 뜨는 사람들과 대화 및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쉬운 접근성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남성과 여성들이 이 앱에 빠져있다.
대연동에 사는 조광래(22) 씨는 하이데어로 많은 친구를 사귀고 인맥을 넓혀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를 사귀겠다는 마음보다 가벼운 만남을 가질 여성이 필요했고, 주위의 친구들 역시 그런 마음으로 하이데어 혹은 후즈히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잘 생긴 친구 한 명이 사진을 올리면 10분에 대여섯명은 기본으로 쪽지가 와요. 그래서 친구들끼리 연락해서 술자리에 참여하고, 그날하루 재밌게 노는 거죠. 결국 짧고 얕은 만남을 그 앱이 주선해 주는거예요”라고 말했다.
문현동에 사는 한 여대생 김 모(22) 씨는 이 앱들을 온라인 부킹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부킹이라고 하면 밤문화의 한 부분을 떠올리게 되고, 좀 꺼려지는게 적지않아요. 하지만 이 앱들이 바로 온라인 앱의 최강자가 아닐까해요. 의도가 어떻든 여자라도 쉽게 말걸 수 있고, 오히려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것보다 만남이 성사되기 쉽거든요”라고 했다.
또한 이 앱을 통해 많은 연인들의 애정전선에도 빨간불이 들어 왔다. 동아대학교 김보경(23) 씨는 아직도 피처본 유저이다. 하지만 그녀의 남자 친구가 얼마전 스마트폰을 구입해 그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그녀는 “저랑 있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이랑 있는 시간이 더 재밌나봐요.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후즈히어로 다른 여자들과 카카오톡(대화앱)을 하고 있는거예요. 그런 앱들 다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게 안되니 제가 스마트폰을 빨리 구입해야겠죠”라고 말했다.
경성대 디지털콘텐츠학부 지경준(24) 씨 역시 여자 친구와 요즘 티격태격 중이다. 여자 친구가 하이데어로 옛 남자 친구와 연락 중인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자 친구가 하이데어로 연락 끊긴 친구들도 다시 만나게 되어 좋다고 해서 참 좋은 어플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알고 보니 연락 끊긴 친구가 옛 남자 친구였던 거예요”라며 씁쓸해 했다.
원룸에 사는 한 여대생은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했는데 요즘 스마트폰 유저사이에 부킹 앱이 인기라기에 장난삼아 하이데어를 핸드폰에 설치했다. 그런데 앱을 설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쪽지를 받았다. 그런데 쪽지를 보낸 사람들의 대부분이 40대 남성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저도 처음엔 좋은 만남을 기대하며 앱을 설치했어요. 그런데 자꾸 40대 아저씨들이 음란한 언어로 쪽지를 보내오는 거예요. 이 앱이 원조교제로 악용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불쾌해서 바로 앱을 삭제해버렸어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스마트폰의 부킹 앱은 처음의 좋은 의도와는 다르게 불순한 의도로 사용되고 있다. 노컷 뉴스의 스마트폰 앱 관련 기사에서 결혼 정보회사 듀오의 윤영준 홍보팀장은 스마트폰을 통한 대인관계가 늘어나고 있는데 불순한 만남의 장이 되는 앱의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낯선 사람과의 교류보다 연인 뿐 아니라 부모, 형제자매 등 평소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소중한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스마트'하게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