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친박은 장기화 대비 진지전 태세 돌입…이정현 대표, 재차 사퇴 거부 / 정인혜 기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대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비박계의 구심 역할을 해온 김 전 대표가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탄핵 추진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야 3당에서도 당내 탄핵추진 기구를 가동하는 등 탄핵 실무 준비에 돌입했다. 이르면 다음 달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이 처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안이 발의되면 최대 72시간 이내 본회의 의결을 시행해야 한다. 탄핵소추안 발의 정족수는 원내 과반수로 야권이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가결정족수 충족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인 최소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이어서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거쳐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야 3당 의원과 최근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김용태 의원을 포함한 무소속을 모두 합친 국회의원은 총 172명이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이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는 전제 하에 새누리당에서 28표 이상이 가세해야 한다. 무기명 투표여서 야권 내에서도 이탈표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새누리당에서 35표 이상은 확보해야 안전하다는 것이 야권의 계산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전 대표의 탄핵 동참 의사가 새누리당 의원들의 탄핵 가세 표심을 흡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비박계 비상시국회의 전체 회의 직후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비상시국회의에 계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이 같다. 당 안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탄핵안 국회 통과를 결사 저지해야 할 청와대와 여당 친박계는 탄핵 대비 작업에 돌입했다. 청와대는 탄핵 절차를 통해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가려보자는 입장을 밝힌 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국회의 탄핵에 대비하고 있다. 청와대는 특검 수사에 대비해 박 대통령 변호인단을 4~5명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친박계도 당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공고히 하면서 대통령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박계의 즉각적인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탄핵안을 추진 중인 야권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 내용으로 탄핵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탄핵하면 안 된다”며 “특검을 취소하고 탄핵을 하든지, 특검이 끝나고 탄핵을 하든지 헌법과 법률 내에서 해야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새누리당 친박계의 대통령 비호 계획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23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이 그 이유. 탄핵 정국 수습을 진두지휘해야 할 양대 사령탑이 무너지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오는 26일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여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집회 주최 측은 “26일에는 서울 150만 명 등 전국 200만 개 촛불을 목표로 집중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