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보호 부실해 2차 피해 속출...전문가들, "스마트 시대 맞춘 제도 개선 절실" / 황혜리 기자
일병 A(21) 씨는 몇 달 전, 훈련을 받다가 무릎을 다쳤다.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평일에 있는 훈련에 빠짐없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공휴일에 맞춰 군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고 복귀한 그를 바라보는 부대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는 “다리 병X이 왜 군대를 오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훈련을 받다가 다쳤고 치료 후엔 훈련에도 참여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억울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욕설에 시달리자 결국 그는 ‘마음의 편지’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그는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말을 믿고 마음의 편지함에 사연을 적어 넣었지만 곧 그의 실명이 공개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해당 부대 간부가 A 씨의 생활관에 직접 찾아와 A 씨를 지목하며 “너희는 왜 얘(A 씨)를 괴롭히고 그러냐”라고 부대원들에게 말했다. 이어서 간부는 “A 일병은 몇 시까지 나를 찾아와”라고 말했다. 그후 A 일병은 생활관 사람들로부터 고발자란 욕을 귀가 닳도록 듣고 또 들어야 했다.
'마음의 편지함'이란, 과거 ‘소원수리함’이라고 불렸던 부대 내 고발 제도다. 군부대 내 폭행 및 기타 부조리를 막기 위해 부대마다 오래 전부터 시행해왔다. 마음의 편지는 일반적으로 익명으로 작성해 부대 내에 설치된 '마음의 편지함'에 넣으면 된다. 하지만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말과 달리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병사들이 많아 효과가 거의 없다고 현역 병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28사단에서 발생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6월에 발생한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도 마음의 편지 같은 소원수리 제도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마음의 편지함은 군부대 내 폭행 및 부조리를 막겠다는 의도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성을 전제로 시행되고 있다지만, A 일병의 사례처럼 좁은 부대 안에서 부주의로 익명성이 훼손되는 일이 잦은 것. 다른 부대의 일병 B 씨는 “우리 부대의 경우 겉으로는 익명이 보장되고는 있지만 누가 작성했는지 다들 눈치껏 알고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대의 상병 C 씨는 “이등병 시절, 군대 동기가 선임의 괴롭힘으로 힘들어 하다 마음의 편지를 작성했다”며 “누가 편지를 작성했는지 알려지면서 동기는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의하면, 만일 가해자의 죄질이 나빠 영창 이상의 징계를 받아야 할 때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대면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은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실 조세영 중령은 “부대의 인원이 적거나 너무 뻔한 사건일 경우에는 (마음의 편지를 보낸 사람을) 정황상 알게 되는 것”이라며 “익명성을 보장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의 편지함에 편지가 접수되었을 때, 고발된 사건의 사실 여부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는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조 중령은 “소원수리가 접수된 후에 일반적으로는 지휘관만 해당 편지를 본다. 하지만 진실 여부 판단을 위해 병사들의 생활을 밀접하게 관찰하는 행정보급관이나 감찰조직에서 읽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거꾸로 정확한 조사 없이 마음의 편지에서 고발당한 사람이 억울하게 처벌을 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상병 D(27) 씨는 또래에 비해 늦게 입대했다. 생활관 동기가 실수할 경우에는 연대책임 명목으로 그가 혼나곤 했다. 동기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항상 동기와 후임들 교육을 책임지던 D 씨가 일병이었을 때, 갑작스러운 간부 호출에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후임 3명이 D 씨가 평소에 자신들에게 심한 폭언을 했다며 마음의 편지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 징계위원회가 열려 D 씨는 자세한 경위 조사도 없이 영창 4일 처분을 받았다.
D 씨와 비슷한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군 복무 중인 남자 친구를 둔 강모(23, 부산시 금정구) 씨는 최근 전화로 남자 친구의 징계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사건은 강 씨의 남자 친구인 상병 E(23) 씨가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후임 F(21) 씨에게 훈계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후임병은 마음의 편지를 통해 E 씨가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일삼았다고 간부에게 고발했다. 며칠 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채 E 씨의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그 결과, 병사끼리는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이유로 E 씨에게는 영창 7일이라는 처벌이 내려졌던 것.
많은 병사들이 '마음의 편지'가 적절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모 부대 상병 G 씨는 “요즘은 부대에서 우스갯소리로 ‘이등병과는 눈도 마주치지 마라’고 한다”며 “후임과 장난쳤다가 마음의 편지로 고생한 선임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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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군대가 좋아졌다지만 각각의 성격이 다른 남자들만이 만나서 생활하다보니 다 좋을수는 없지만
아직도 시기와 질투 지 성질에 못이기는 사람들때문에 군대가 위험지대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분명 좋은 개선방향이 있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