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시험 결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 심정 헤아려줬으면” / 변재용 기자
취업 준비생 강모(25, 부산 북구) 씨는 최근 한 기업의 입사 면접을 봤다. 강 씨는 결과를 조만간 통보해 주겠다고 해서 며칠을 기다렸지만 1주일이 지나도 합격 여부를 알려주는 메일이나 문자는 오지 않았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인터넷 취업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보았는데, 이미 합격자 통보가 간 다음이었다. 기업에서 합격자들에게만 통보하고 불합격자들에게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은 것. 강 씨는 "문자나 메일 한 통 보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며 "열심히 준비한 취준생들이 연락 한 통 못 받아서 면접 후에도 애를 태워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직난이 심화된 요즘 기업들이 합격자에게만 통보하고 불합격자에게는 아무런 통보를 해주지 않고 무작정 기다리게 하거나, 서류 합격했으니 다음 전형에 참가하라는 실수 문자를 보내는 등 두 번의 서러움을 겪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아졌다.
최근 취업포탈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구직자 2,5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으로부터 불합격한 경험이 있는 구직자는 88.3%였으며, 이들 중 최종면접 후에도 불합격통보를 받지 못한 구직자가 61.8%에 달했다. 불합격자 10명 중 6명은 스스로 기업 측에 문의하지 않는 한 하릴없이 연락을 기다려야 했다.
통상 대기업은 지정한 날짜가 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 합격 여부를 올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합격자들에게만 통보하고 불합격자들에게는 따로 연락하지 않고 있다. 취업준비생 이모(26, 부산 동래구) 씨는 "예전부터 중소기업들이 불합격자 통보를 잘 해주지 않는 편이었다"며 "그러나 요즘에는 대기업들조차도 통보가 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해당 기업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한 취업준비생들이 무턱대고 기다리지 않게 연락이라도 해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 아니냐"고 반문했다.
직장인 이모(24, 부산 금정구) 씨는 “지금 다니는 직장을 구하기 전 6곳에 지원했는데 그중에 4곳이 아예 불합격 통보조차 오지 않았다”며 “대기업이야 인사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불합격 통보를 문자 등으로 해주는데, 작은 회사일수록 불합격자들에게는 아예 연락조차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불합격자들에게 회사가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채용 인원이 적어서 불합격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일일이 불합격 사유를 설명하며 통보해 주기는 어렵다. 대기업은 단체 문자나 홈페이지를 통해 통보하는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은 이런 시스템조차 갖추기 어려워 통보를 제대로 못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잘못된 문자를 보내 지원자를 두 번 울리는 경우도 있다. 취업준비생 서모(26, 부산 북구) 씨는 한 의류 밴처기업에 지원했으나 서류전형에서 불합격했다. 그러나 불합격 통보를 받은 이틀 뒤, 기업 측으로부터 인적성 전형 일정과 함께 구체적인 시험장소 및 입실시간 엄수를 부탁하는 문자가 왔다. 서 씨는 인터넷으로 확인한 불합격 통보가 잘못된 것인가 싶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자가 온지 6시간이 지나서야 기업 측으로부터 착오였다는 사과 문자가 왔다. 서 씨는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기업인데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건가? 이건 불합격자에게 두 번이나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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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리가 조금 더 늘어나고, 청년들이 조금 더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