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족과 함께 부산 외곽에 위치한 캠핑장을 찾은 박모(37)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바로 옆 텐트에서 성관계를 가지는 듯한 커플의 신음소리를 들은 것. 부랴부랴 아이들을 텐트 안으로 밀어넣은 박 씨는 아이들이 소리를 듣지는 않을까 밤새도록 노심초사하며 잠을 설쳤다.
박 씨는 "방음이 되는 실내도 아니고, 천 쪼가리 하나로 가려진 텐트 안에서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무슨 소리인지 물어보지 않아서 정말 고마웠다. 적어도 아이들과는 두 번 다시는 캠핑장을 찾지 않을 생각"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캠핑장을 찾은 일부 커플들의 도를 넘은 스킨십이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캠핑 인구는 지난 2009년 40만 명에서 지난해 30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과거 가족 단위 고객에만 국한됐던 캠핑촌은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캠핑족들이 늘어나자 환호성을 지르고 있지만, 동시에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다. 바로 연인과의 스릴 넘치는(?) 밤을 즐기는 커플들 때문이다.
얼마전 친구들과 캠핑장을 다녀온 양모(25) 씨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저녁 여덟 시께 텐트 앞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던 양 씨는 한참 달아오른 커플의 소리를 들었다. 한밤중도 아닌 터라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양 씨는 관리사무소로 뛰어가 관리인에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돌아온 것은 "텐트 안의 일까지 일일이 관리할 수는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양 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며 "그 커플의 몰상식한 행동도 그렇지만, 더 어이없는 건 아무런 조처를 할 수 없다는 관리실 측의 무책임한 태도"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양 씨처럼 원치 않게 커플의 신음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함께 캠핑촌을 찾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항의하는 손님들이 많아지자, 캠핑촌 관리사무소 측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 외곽에 위치한 한 캠핑촌에서 만난 관리인은 커플들의 스킨십에 대해 묻기만 해도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커플 단위 고객들이 늘면서 거의 매일 이런 문제로 항의가 들어온다. 어린아이들도 많은 곳인데 민망스럽기 짝이 없다. 텐트를 열고 들어가서 말릴 수는 없지 않나. 머리가 터질 노릇"이라고 고충을 텉어놓았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공연음란죄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영 변호사는 캠핑장 같은 공연성이 있는 장소에서 성행위로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준 경우에는 공연 음란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행위가 텐트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그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연성이 인정된다. 캠핑장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에서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