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세계를 느끼게 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어공주’, ‘잭과 콩나무’ 등의 동화 소재 모래 조각품 15점, 32종류의 다양한 관람․체험 행사. 이것만으로도 해운대 모래 축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매력을 뛰어넘은 ‘매혹’적인 축제였다. 바로 세계 각국 사람들의 조화와 어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부 색깔이 달랐고 나라가 달랐고 언어도 달랐지만, 해운대 모래 축제에 온 모든 사람들은 하나였다.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은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키가 2m가 넘는 검은 피부의 외국인과 한국인 꼬마의 훌라후프 돌리기 대결, 그리고 흑인과 백인, 황인이 모여 피부 색깔 구분 없이 아무렇게나 편을 짜 진행된 백사장 축구 시합, 삽질도 하고 물도 뿌려가며 자신들만의 모래 조각품을 만들던 외국인들의 모습. TV속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명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자, 그곳을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미소를 머금은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모래 조각품을 만든 외국인 조각가와 관람객들의 자유로운 소통도 조화로움을 연출했다. 백사장 한가운데에는 모래 축제의 상징인 모래 조각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 조각품들을 만든 조각가들 중에도 외국인들이 있었는데, 싱가포르 작가 주행탄 씨가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예전에도 수차례 해운대 모레 축제에 초청을 받았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참석해 세 점의 조각품을 전시했다. 영어를 사용했지만 남아공, 캐나다, 한국 등 각국의 관람객들과 자신의 작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려는 그의 모습은, 해운대 모래 축제를 ‘글로벌 모래 축제’로 변모시켰다.
자신의 꿈을 ‘좋은 감각을 가진 조각가(good sense sculptor)'라고 밝힌 그는 “모래 조각이 하나의 특정 분야로 국한되는 게 아니라 예술로 발전되길 원한다”며 “모래 조각이 박물관에도 전시돼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주행탄 외에도 국내 조각가 김길만, 외국인 조각가 아론 아드보카트 등 총 5명의 조각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뽐냈다.
단순히 백사장에서만 하나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변의 식당과 패스트 푸드점에도 각국의 사람들이 넘쳐났다. 특히 대낮부터 문을 연 술집들에는 해가 중천에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옆 테이블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며 맥주를 즐기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미드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사람들의 나라가 다양한 만큼 각각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맥주의 종류도 다양했는데, 이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도 진광경이었다.
하동에서 왔다는 김진일 씨는 “마치 외국에 온 듯한 느낌이다. 바닷가에서든 술집에서든 서로 차별이나 텃세 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