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2학년 배민준(23) 씨는 국제경제학이라는 영어 원어 강의를 듣고 있다. 한국어로 설명해도 어려울 경제학 전문 용어가 많아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변에는 아예 강의를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배 씨는 등록금이 아까워 그러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강의 시간이 되면 ‘수업을 포기하고 영어 실력을 키워 재수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한다.
배 씨는 “어려운 내용도 쉽게 가르치는 강의가 좋은 강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어 원어강의는 어려운 내용을 더욱 어렵게 가르치는 강의다. 전공과목이라서 듣고는 있지만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갈수록 줄어든다. 차라리 한국어로 수업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강의 시간은 수면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듣다보면 어느 새 잠이 든다. 그래서 독학을 한다. 공부를 하다보면, 분명히 수업 시간에 했던 내용인데 처음 보는 것만 같다. 독학을 하더라도 ‘볼트, 너트’ 같은 기본적인 용어는 눈에 쉽게 들어오는데, 거기에서 심화된 내용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괜히 수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 원어강의 중에서도 한국인 교수의 강의보다 외국인 교수의 강의가 더욱 힘들고 어렵다는 게 학생들의 의견이다. 경성대 생물학과 3학년에 다니고 있는 김지혜(22) 씨는 외국인 교수 강의인 ‘실용영어(3)’을 듣는다. 김 씨는 2학년 때 한국인 교수의 영어 원어강의도 수강했었는데, 과목은 다르더라도 그때에 비해 이해도 훨씬 어렵고 질문하기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한국인 교수는 너무 어려운 내용을 한다고 싶을 때 한국말로 이해를 도와주지만, 외국인 교수는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그리고 수업 내용이나 과제에 대해서 질문을 할 때도 한국말로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말했다.
불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학생도 있다
.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준섭(24) 씨는 ‘영어 원어강의 격주제’를 언급했다. 이것은 한 주는 영어로 수업을 하고, 그 다음 주는 영어로 수업한 내용을 한국어로 다시 수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씨는 “진도 나가는 속도는 다른 과목에 비해 느릴지라도, 한 번 배우는 거면 확실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습 차원에서 한국어로 다시 한 번 수업을 해준다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