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단골 간식으로 꼽혀왔던 ‘곤약젤리’ 인기가 시들해졌다. 곤약젤리를 제조하는 공장이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지역 인근인 군마 현에 위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일본에 가면 사와야 할 선물 리스트 1위’로 꼽혔던 곤약젤리는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매출 급감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23일에 찾은 도쿄 시부야의 한 드럭스토어 매장 직원은 곤약젤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드럭스토어의 곤약젤리 가판대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가 없었다. 그는 “한국 관광객들이 올 때마다 곤약젤리가 모두 동이 났는데, 요즘엔 물량이 넘쳐난다”며 “항상 없어서 못 팔았는데 왜 인기가 떨어졌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또 다른 드럭스토어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매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하나같이 곤약젤리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몰라도 한국인들은 꼭 곤약젤리를 사 갔는데, 지금은 그 반대”라며 “한국 사람들은 더 이상 곤약젤리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쿄 돈키호테 시부야점과 드럭스토어 아사쿠사점, 공항 면세점 등의 곤약젤리 가판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양손 가득 곤약젤리를 들고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던 한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항 면세점 직원 사타케 카이(27) 씨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곤약젤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점원들의 이 같은 추측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나 구글에 ‘곤약젤리’를 검색하면 ‘곤약젤리 방사능’이라는 단어가 상단에 추천 검색어로 떠오른다. 많은 사람이 검색했다는 뜻이다. 한 네티즌은 게시글을 통해 “제발 곤약젤리 좀 사 먹지 마라”며 곤약젤리를 먹으면 체내에서 내부 피폭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절대 먹으면 안 되겠다,” “벌써 먹었는데 피폭됐으면 어떡하나”라는 등의 댓글을 달며 불안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방사능 피폭이 걱정되면 애초부터 일본에 오지 말았어야 할 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곤약젤리 가판대에서 만난 관광객 정우석(25) 씨는 “곤약젤리를 먹는다고 죽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 씨는 “방사능이 그렇게 걱정되면 애초에 일본을 오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일본 여행 동안 이것저것 다 먹어놓고 젤리만 안 먹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을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식품 관리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더 철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불안해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곤약젤리 제조 회사는 안전성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곤약젤리 제조 회사 만난라이프(株式会社マンナンライフ)는 재료별로 방사선 물질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통과한 재료로만 곤약젤리를 만든다고 홍보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생산 제품별 방사능 검출 검사 결과도 공개한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한국인 관광객들의 불신을 잠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방사능 검사를 불신하는 국민이 많기 때문. 대다수 한국인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피해를 감춘다는 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공항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박지민(33) 씨는 “일본에 올 때마다 일본 음식을 모두 안 먹을 수는 없지만, 되도록 곤약젤리는 안 먹으려고 한다”며 “못 먹으면 죽는 것도 아니고, 굳이 피폭 위험을 걱정하면서 먹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하다고 소문이 난 음식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