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강제추행같은 집요함 보이기도..."국격 훼손·혐한 감정 부추긴다" 눈살/ 정인혜 기자
일본 여성을 타깃으로 한 한국 남성 여행객들의 무리한 ‘헌팅’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헌팅이란 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접근해 번호를 물어보거나 데이트를 신청하는 행위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여성과 한국 남성이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는 힘들다. 특히 여행 중이라는 특성상, 한국 남성이 책임감을 느끼고 여성을 대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 여성들과 인연을 만들어 보려는 한국 남성들의 '다짜고짜 헌팅' 때문에 일본 여성들이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마이 사치코(23) 씨는 길거리에서 헌팅을 시도하는 한국 남성들을 만난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길 가다 누가 불러서 쳐다보면 10명 중 7명은 한국 남성이라는 것. 이중 대개의 남성들은 싫다고 거절해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터라 난감한 적이 많았다고 했다.
사치코 씨는 “일본 여자는 무조건 한국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일본 여자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막무가내식 헌팅은 한국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을 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예의를 존중하는 일본인들에게는 한국인 남성들이 이를 모두 무시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어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한다는 것.
직장인 츠지미야 이즈미(28) 씨는 한국 헌팅족들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즈미 씨는 “싫다는 데도 왜 계속 따라오는지 모르겠다”며 “한국 남자들은 원래 다들 예의가 없는 편이냐”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일본 여자들은 잘 생긴 한국 남자 연예인을 좋아하는 거지, 한국 남자면 다 좋아하는 게 아니다”라며 “제발 그런 행동을 삼갔으면 좋겠다(moderate their’s action)”고 분노를 삭였다.
일본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헌팅족 한국 남성들을 비난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 ‘2ch’에는 한국 남성들로부터 헌팅을 당한 사람들이 경험담을 공유하며 한국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혐한’ 여론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
아이디 ‘Eras***’ 씨는 “한국 관광객에게 강간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한국놈들은 강제추행하고는 헌팅이었다고 말하는 족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2JJ***’ 씨는 “헌팅하는 놈을 발견하는 즉시 바로 죽여버릴 것”이라며 “조선에서 온 바퀴벌레 살인은 합법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거친 반응을 쏟아냈다.
한국인 헌팅족 남성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이탈리아 등 다른 여행지에서는 여행객과 현지인 사이의 헌팅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유독 일본에서 헌팅하는 한국 남성들에게만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것. 일부는 헌팅족의 대쉬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질투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펴기도 했다.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 김모(25) 씨는 3박 4일 기간의 여행 동안 총 5번의 헌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마음에 들면 데이트 신청할 수도 있는 건데, 뭐가 그렇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다들 한국 남자만 이상하게 몰아가는 것 같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들 헌팅족을 바라보는 대다수 한국 여행객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업무상 일본을 자주 오간다는 팽진우(25, 경상남도 창원시) 씨는 “헌팅족들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나빠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일본인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인의 행동 하나가 한국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행동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