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국민 불편 해소·동전 발행비 절감 위해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 추진 / 천동민 기자
“잔돈은 교통카드에 충전해주세요.”
오는 4월부터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남은 거스름돈을 동전이 아닌 선불 교통카드에다 충전 받을 수 있는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이 시범 실시된다.
한국은행은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한 시범사업의 용역사업자 모집에 이어 자체적으로 같은 사업모델을 구축해 이에 참여할 자율 사업자를 추가 모집해 이달 말 자율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사업자는 오는 4월 초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해당 업체와 거래한 소비자는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을 교통 카드에 충전해 받을 수 있게 돼 동전 소지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 측으로서도 동전 발행에 따르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동전은 지폐보다 원가 재료가 상대적으로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크다. 한국은행이 파악한 지난해 화폐 제조비가 1,503억 원으로, 전년(1,440억 원) 대비 4.4%(63억 원) 증가했다. 이 중 동전 제조에 537억 원이 들어갔다. 동전 제조비에는 구리나 알루미늄 등의 재료비와 압연비가 포함된다. 동전은 회수율이 낮아 발행 비용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동전 회수율은 10% 정도로 100개의 동전을 시장에 풀면 은행으로 돌아오는 동전은 10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결제 지급 수단 중 신용카드 사용 비율이 50.6%, 체크·직불 카드 사용 비율이 15.6%로 26%에 그친 현금에 비해 단연 높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간편 결제 서비스도 활발히 사용되면서 휴대가 불편한 동전은 잘 쓰이지 않게 됐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덴마크는 이미 동전과 지폐의 직접 생산을 중단했다. 필요한 화폐는 다른 나라에서 위탁 생산하는데, 다른 나라에서 위탁 생산해도 될 만큼 이미 현금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 중이다.
한국은행도 흐름에 맞춰 동전의 생산·유통비용을 절감하고 동전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 첫단추가 교통 카드에 거스름돈을 충전하는 것. 나아가 거스름돈을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대상 업종도 약국, 마트 등으로 넓힌 뒤 2020년에는 '동전 없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대학생 황선길(25, 경남 창원시) 씨는 “동전을 카드로 충전해 주면 번거롭게 동전을 들고 다녀야 할 필요가 없어 편리할 것 같다”며 “주머니에 든 100원, 500원 동전은 때로 처리하기 애매한 존재였는데 카드로 충전되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동전 없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년층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박미영(47, 부산 남구) 씨는 “요즘은 현금보다 카드를 많이 이용해 가게에서는 상관이 없지만 식자재를 사러 시장에 갈 때는 현금을 주로 이용한다”며 “시장에 있는 어르신들은 현금만 이용하시기 때문에 동전이 없어지면 불편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자거래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등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보안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 사이버 보안업체에 근무 중인 이모(25, 경남 밀양시) 씨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등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 사례는 꾸준히 많은 편”이라며 “동전을 카드로 충전하는 등 점점 전자결제 시대가 되면 이러한 문제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해결책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