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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에잇!"...충동구매에 쓰는 돈, 이름하여 '시발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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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에잇!"...충동구매에 쓰는 돈, 이름하여 '시발비용'
  • 취재기자 한유선
  • 승인 2017.02.27 17:2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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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어 동원해 만들어진 SNS 신조어...젊은이 80%, "시발비용 많이 쓴다" / 한유선 기자

대학생 박세진(23, 경남 양산시 동면) 씨는 토익 공부를 하다가 문득 토익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났다. 스트레스를 받은 박 씨는 충동적으로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박 씨는 ”학업 스트레스나 조별 과제를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돈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박 씨처럼 스트레스를 받아서 충동적인 쓰게 되는 비용을 네티즌들은 ‘시발비용’이라고 부른다. SNS 상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말로 비속어 ‘시발’과 ‘비용’을 합친 말이다. 젊은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급작스럽게 쇼핑을 하거나 급한 일로 대중교통이 아닌 택시를 탔을 때 ‘시발비용'을 지출했다’고 표현한다.

SNS상에서 '시발비용'이라는 단어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사진: 트위터 캡쳐 화면).

장효정(21,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씨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대인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모바일 쇼핑을 한다. 장 씨는 "핸드폰 소액 결제 한도를 18만 원으로 설정해놨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면 18만 원을 다 쓰고 더 사용할 때도 있다“고 했다.

조민수(21,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쇼핑을 하거나 택시를 탄다. 조 씨는 ”이틀에 한 번 꼴로 택시를 타게 된다. 한 번 탈 때마다 6,000원에서 1만 원 정도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910명의 인크루트 회원을 대상으로 한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에 홧김에 돈을 쓴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시발비용의 대표 사례로는 ‘안 사도 되는 제품을 구매했던 것’이 전체 응답자의 25%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의 시발비용 평균 지출액은 23만 5,000원으로 나타났다.

성유진(25, 대구광역시 동구 신서동) 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거리를 많이 사곤 한다. 성 씨는 평소에는 먹을 만큼만 사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날에는 남을 걸 알면서도 많이 사게 된다. 성 씨는 ”평소보다 많이 사서 먹는다고 스트레스가 완전히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인 해소에 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 사이에서 시발비용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게 된 원인에 대해 동명대 심리학과 김정남 교수는 시발비용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어 소비로 해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발비용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기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비용을 충당하느라 무리를 하거나 과식으로 인해 비만이 되는 등 그 결과가 부정적인 경우에는 2차적 스트레스를 받아 그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시적인 스트레스 해소보다 산책이나, 운동, 악기 연주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더 건강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해외에도 시발비용과 비슷한 뜻의 '퍽유 머니'(fuck-you money)란 말이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길거리 경제학 용어로 퍽유 머니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또는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다. 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데 드는 비용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시발비용과 미국의 퍽유 머니는 차이점이 있다. 시발비용은 스트레스를 받고 난 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고 퍽유 머니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사전에 들이는 비용이다.

이에 대해, 김정남 교수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다양한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퍽유 머니를 지불하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한국은 미국에 비해 기회가 적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벗어나기보다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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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구 2017-03-01 22:52:07
저 이거 알았어요.
시발비용ㅋㅋㅋㅋㅋ
단어가 좀 거시기하죠^^;;;
그런데 전 시발비용 필요하다 생각해요..
물론 계획에 없는 지출이지만..
하루를 살아도 하고싶은거 하며 살면 더 행복하겠죠~
스트레스 풀라면 이정도는 괜찮은 듯 해요^^

룰루 2017-03-01 16:28:00
시발비용이라니ㅎㅎ 전 처음 들어보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나보네요.
생각해보면 저도 시발비용으로 지출하는게
꽤 많은듯 싶어요. 주로 매운 음식을 사먹
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화장품이나 옷을 사면서 풀기도하는데
좀 더 건강하고 생산적인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잘 되질 않네요^^;

민재맘bin 2017-03-01 12:36:46
저도 냉장고가 가득차면 스트레스가 풀려서 남을 거 알지만 1+1 등등 사서 쟁여놓는데 결국 다 버리게 되더라구요 ㅠㅠ 시발비용이 많이 들어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