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김주현(24) 씨는 얼마 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을 모두 삭제했다. SNS에 접속할 때마다 지인들의 행복한 사진을 보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는 게 그 이유. 김 씨는 취업준비생인 자신과는 다르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을 다니는 지인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울함이 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준비도 힘들지만, 나 빼고 모두가 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가장 괴로웠다”며 “초라해지는 게 싫어서 SNS를 탈퇴했다”고 덧붙였다.
‘상대적 박탈감’을 이유로 SNS를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 중인 청년층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SNS를 떠나는 청년들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힘든 시기에 마음이 흔들릴만한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조혜민(25) 씨도 얼마 전 6년간 활동하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조 씨는 “계정이 있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들여다보게 되고, 보고 나면 우울해지고… 악순환의 반복이었다”며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볼 때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것 같아 계정을 아예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설문조사로도 입증됐다.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은 지난달 23~31일 전국 20대 청년 616명을 대상으로 ‘20대의 자존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대 청년들의 자존감을 낮추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인의 SNS가 꼽혔다고 8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20대 청년들은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40.6%가 ‘자존감이 낮다’고 대답했으며, ‘보통’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도 35.1%나 됐다. 반면 ‘자존감이 높다’고 대답한 20대는 24.4%에 그쳤다.
자존감이 가장 낮아지는 때에 대해서는 ‘행복해 보이는 친구들의 소셜 미디어를 볼 때’가 27.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취업이 안 될 때(22.7%),’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21.9%)’가 뒤를 이었다. ‘외모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응답한 20대도 11%나 됐다.
20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고민으로는 ‘경제적 빈곤(32.5%)’과 ‘취업(30%)’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무기력함과 우울함 때문에 힘들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14.3%라는 적지 않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타인의 SNS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타인의 SNS 속 특정 순간이 그들의 일상일 거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 안숙영 박사는 “SNS에 올라온 사람들의 모습은 그들의 최고의 순간일 뿐, 일상이 아니다”라며 “현재에 감사하면서 타인과 비교하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을 덜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