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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소극장은 외롭고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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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소극장은 외롭고 춥다
  • 부산광역시 김혜련
  • 승인 2013.04.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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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요즘 대한민국 공연계를 대변하는 말이다. 최근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대형 뮤지컬들이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붐을 일으키고 있으나 소규모 연극과 뮤지컬을 상영하는 소극장들은 찾는 관객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역 소극장들은 주말에도 객석이 텅텅 비어 한숨을 짓고 있다.  부산 지역의 경우, 현재 30여개 정도의 소극장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산 소극장들은 자체 극단을 가지고 있지 못해 다른 극단의 연극 등에 대관해주면서 가까스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부산 지역 소극장들이 연명하는 것은 그나마 서울에서 인기를 끌었던 상업주의 연극들이 내려와 공연되고 있는 덕분이다.    2012년 인터넷 티켓예매 업체 인터파크 홈페이지에서 집계한 국내 연극 매출액은 약 230억 원이었는데  이중 80% 이상인 197억 원을 서울 대학로 연극이 가져갔다.   부산에도 서울 대학로 같은 연극 문화의 메카를 부르짖으며 설립된 소극장들이 있다.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초콜릿 팩토리’가 바로 그 중 하나다.  이 소극장의 관계자 박모(35) 씨는 “우리 소극장은 서울 대학로를 모델로 삼아 설립되었지만, 사실 서울 대학로 연극계를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서울에 비해 연극을 찾는 관객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극장에서는 연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부산 경성대학교 학생 이지영(22) 씨는 “학교 주변에 소극장이 몇 개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가서 연극을 본 적은 없다"며 "평소 길을 걷다가 소극장을 봐도 늘 문이 닫혀있는 것 같아 그냥 지나치게 된다”고 말했다.  창원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사랑(25) 씨도 소극장을 잘 안가는 편이다. 그는 “창원에는 소규모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수 있는 소극장이 많지 않다. 대형 뮤지컬의 경우 TV 광고를 통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소극장 공연에 대한 광고는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지역 소극장과 서울 대학로 극장의 관객 수준 역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고 말하는 연극인들도 있다. 부산에서 연극 연출을 맡고 있는 위모(36) 씨는 “서울 대학로 관객들의 수준은 높다. 연극을 찾는 매니아 층도 많이 형성되어 있어, 그들은 많은 공연 중에서 좋은 공연을 골라 볼 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흥행했던 드라마 장르의 연극들이 부산에서는 흥행을 못한 경우가 많다. 부산 사람들은 드라마보다는 코믹 연극을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연극 배우 정애경(35) 씨도 부산에서 사라져가는 순수 연극관객을 아쉬워 하고 있다. 그녀는 “부산에서 열리는 연극들은 주로 기획사들이 차린 소극장이 서울에서 받아온 상업주의 연극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코믹 연극들만 공연되어 대중들이 눈만 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부산은 서울에 비해 홍보도 많이 부족한 편이다. 서울의 경우 기업이 후원을 해주는 경우도 많지만 부산은 후원해주는 기업도 없어 홍보할 돈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산의 소극장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의 대표적 대학가 경성대 주변이 향후 몇 년 안에 서울 대학로 못지않은 연극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연극계 관계자도 있다. 경성대 부근에 위치한 '예저또 소극장' 대표 함모(30) 씨는 “연극 공연에도 비수기와 성수기가 있다. 성수기에는 만석으로 공연하는 경우도 있으나, 학생들의 시험 기간이나 여름에는 관객이 없는 편이다. 비수기엔 소셜 마케팅을 통해 티켓 가격을 저렴하게 할인해서 관객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코믹물을 좋아하는 부산 사람들의 특징을 살려 설립된 소극장도 있다.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윤형빈 소극장'이 바로 그 곳이다. 이곳의 관계자 김모(29) 씨는 “지역마다 관객들의 특성이 있는데, 부산 시민들은 웃음을 찾을 수 있는 연극을 선호하는 편이다. 우리 소극장은 그런 부산 시민들의 특징을 살려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이 저렴하게 티켓을 구매할 수 있게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성대에서 연극을 강의하고 있는 남현주 교수도 소극장 활성화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연극의 이해라는 교양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생활에서 연극을 직접 접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주변 소극장 연극을 보고 수업에 참여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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