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생들 사이에 자체적으로 강연회를 개최하는 새로운 대외 활동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기업들에 무리하게 후원을 요구해,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기업들은 강연회의 취지엔 수긍을 하면서도 후원 요청 건수가 지나치게 많은데다 학생들이 안되면 떼쓰기로 접근하는 사례도 적지않아 손사래를 치기 일쑤다.
부산 지역에서 올들어 강연회를 개최했거나 기획하고 있는 대학생 단체는 '청춘예찬,' 'Creative people(경상지역 대학생 커뮤니티),' '청춘어람,' 'TEDx' 등 10여 개가 넘는다. 한 단체가 연 두 차례씩 행사를 개최해도 대학생들이 만든 강연회는 무려 20개가 넘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행사들이 대부분 기업들 후원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각 대학생 단체는 개별적 인맥을 통하거나 학교 이름을 내세워 은행 등 금융회사, 통신회사. 때로는 주류 생산 기업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데 기업으로서는 이들 학생단체의 요청이 반갑지 않다. 하도 여러 곳에서 요청이 들어와 부담이 적지 않은 데다 때로는 해당 기업의 가치와 다른 성격의 행사를 기획하면서 후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대학생 단체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거나 회원들의 경력 쌓기 등을 위해 행사를 여는게 아닌가 하고 그 기획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BS금융 사회공헌문화부의 임모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뜻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좋지만, 행사 목적이 공익적이지 않고, 처음부터 기업들의 후원을 염두해 두고 행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개인의 경력 쌓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순수하게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문화를 공유하고자 했다면, 영리적인 부분은 최대한 배제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은행은 지난해 실시한 ‘문화예술‧봉사활동 지원사업’에 약 30여 개에 이르는 대학생 단체에게 지원했다. 그는 “기획서를 검토해 보니 이들 중에서 기업의 후원을 통해 편하게 행사를 치르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단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팀들은 선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지난달 대학생들로 구성된 한 비영리 단체가 현물 후원을 요청해 오자 형평성을 이유로 거절한 사례가 있다. KB금융 홍보부 김모 관계자도 “요즘 들어 몇몇 단체들이 후원을 요청해 온다"며 "처음에는 젊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사업 계획을 검토해 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체성 없는 단체들이 이곳저곳에서 너무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한 모든 단체들에게 예산 범위를 넘어서는 후원을 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을 해달라며 소위 ‘떼쓰기’를 하는 대학생들이 있어 불만인 기업도 있다. KT 홍보실 박모 관계자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산학과 연계된 분야를 주제로 한 행사에 대해서만 지원해 줄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 개발자, 웹 개발, 영화 제작 등의 분야에 대해서는 네트워크와 서버, 단말기 등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KT 관계자는 또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사에 대해 그 운영비 일체를 지원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생들은 모든 국민들이 호응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닌 자신들의 가치에만 얽매여 있거나 정치색이 너무 강한 경우가 많아,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을 곤란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학생들이 각종 행사에서 주류 후원을 받기를 선호하지만, 주류 업계는 이를 학생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지적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OB맥주 임모 관계자는 “여러 대학생들이 참석자를 위한 주류 후원을 요청해온다”며 “그러나 주세법에 의거해 무상으로 주류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절대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 무상 주류 지원이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사회 공헌을 명목으로 후원을 요구할 때마다 일일이 이를 설명해줘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