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오래된 화석이 발견됐다. 그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에 등장했다고 추정해왔는데, 이번에 발굴된 화석은 30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가 남긴 것이다. 현생 인류의 출현 시기가 10만 년 앞당겨진 셈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7일(현지시각)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의 유골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 지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등 공동 연구팀은 아프리카 모로코의 한 유적지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 치아, 아래턱뼈 등의 화석을 발견했으며, 이들의 연대를 분석한 결과 약 30만 년 전 것으로 확인했다.
초기 인류의 진화 무대가 아프리카 전역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인류는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는 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번에 이보다 10만 년 앞선 뼈 화석이, 동부가 아닌 북부 아프리카에서 나온 것이다.
연구팀의 장자크 위블랭 교수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에덴동산은 동아프리카로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아프리카 전체를 에덴동산으로 봐야한다”며 “최초의 인류는 30만 년 전에 출연해 아프리카 전역에 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화석 발견은 인간의 진화에 대한 완전히 다른 해석을 제공한다”며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호모 사피엔스의 유골이 발견된 퇴적층에서는 얼룩말, 버펄로 등의 동물 화석도 함께 발굴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들 동물 화석은) 당시 호모사피엔스들의 식사 메뉴”라고 설명했다.
가디언 지의 보도에 따르면, 화석 발굴지에서는 르발루아(Levallois) 석기들도 나왔다. 르발루아 석기는 미리 다듬어진 몸돌을 타격해 떨어져 나온 파편을 이용한 것으로, 양면 석기보다 날카롭고 작은 도구를 만드는데 유리한 도구다. 고고학자 존 맥나브는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도구를 만드는 기술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과학 전문 잡지 네이처에 실렸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진화론과 창조론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과학과 신앙심 대결로 번지는 조짐도 보인다. 진화론과 창조론 대결은 화석 발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튀어나오는 오래된 논쟁이기도 하다.
창조론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지구와 우주의 역사를 인정하고 긴 시간에 걸쳐서 개개의 생명체들이 ‘창조됐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신의 개입에 의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반면 진화론은 생물은 생활 환경에 적응하면서 단순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진화됐다'는 이론이다. 진화론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생존경쟁에 적합해 살아남은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없어져 도태됐다는 주장을 근거로 한다.
이번 연구 결과를 알리는 언론사 해당 뉴스 페이지에는 각각 창조론과 진화론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창조론을 주장하는 한 네티즌은 “인류가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하면 도대체 사람은 언제부터 사람이 됐나. 30만 년 된 원숭이나 오랑우탄 화석이 발견된 적 있냐”며 “겨우 100세 사는 인간이 30만 년을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생명은 진화할 수 없다는 것을 양심적으로 모두 알고 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반면 진화론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이같은 의견에 반박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창조론을 진리라고 믿는 사람들의 뇌 구조가 궁금하다”며 “창조론은 증명을 거친 과학 이론이 아니라 막연한 하나의 신앙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창조론자들은 무슨 화석이 발견됐다고 하면 중간 과정이 없다고 하고, 그 중간 과정 화석이 발견되면 그 중간의 중간 과정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렇게 따지고 들면 끝이 없는 것 아니냐. 그냥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