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개가...원천 기술 확보 시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 기대 / 정인혜 기자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사람의 치매 증상을 가진 돼지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덴마크에서 ‘치매 유전자’를 가진 복제 돼지가 생산된 적은 있었지만, 이 복제 돼지에게는 치매 관련 유전자 1개만 이식됐다는 점에서 치매 동물 모델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치매 증상을 가진 큰 가축 동물 모델이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대학교 줄기세포연구센터는 지난 8일 치매 질환 모델 동물 복제 돼지 제누피그(JNUPIG, Jeju National University Pig)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 과학 온라인 학술지 PLOS ONE 6월호에 ‘다중 유전자 벡터시스템을 이용한 알츠하이머 질환 모델 형질전환 복제 돼지 생산(Production of Transgenic Pig as an Alzheimer's disease Model Using a Multi-Cistronic Vector System)’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제주대 연구팀에 따르면, 제누피그는 사육사가 가르쳐준 사료 섭취 방식, 급수기 사용법 등을 잊어버리고, 밥통에 배변하는 등의 증상을 보였다. 이는 사람의 치매 증상과도 비슷하다. 치매 환자의 증상으로는 사람 이름을 잊어버리는 등의 기억 장애와 시공간능력 저하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의 치매 연구에는 다람쥐 등 설치류 모델이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설치류는 사람과 생리학적·내분비학적 특성에 차이가 있어 인체와 비교하기에는 연구 결과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었다. 돼지로 치매 연구를 시도한 이번 연구 결과가 주목 받는 이유다.
돼지는 사람과 유사한 장기 구조와 생리적 특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치매 신약 효능을 검증할 최상의 대체 동물로 꼽혀 왔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른 원천 기술 확보가 이루어진다면, 생명공학 분야의 새로운 기술로 막대한 경제적, 산업적 가치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란 게 연구팀의 예상이다. 연구팀은 제누피그와 비슷한 복제 돼지 여러 마리가 임신 중인 만큼 조만간 새로운 치매 복제 돼지가 태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관련된 3개의 유전자가 동시에 발현되는 치매 돼지를 토종 기술로 만든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치매 신약 개발과 원인 규명에 중요한 연구로 평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 치매 환자는 지난 2015년 기준 64만 8223명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노인 100명 중에서는 9.8명이, 90세 이상 노인 중에서는 2명 중 1명이 치매를 앓는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치매 국가 책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