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신고, 아들 퇴학 처분, 여성 비하 등 넘기 힘든 산...5일 만에 첫 자진 사퇴 / 정혜리 기자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전격 사퇴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요청으로 알려드린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알렸다.
안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이 시간부로 법무부장관 청문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문재인 정부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비록 물러나지만,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며 “저를 밟고 검찰 개혁의 길에 나아가십시오”라고 말했다. 자신은 새로 태어난 민주정부 밖에서 힘을 보태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앞서 안경환 후보자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자진 사퇴 불가 입장을 발표하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으나 8시간 만에 자진 사퇴로 돌아섰다.
안 후보자는 지명 후 연일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야당과 여론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1975년 당시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하고 소송 후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안 후보자는 모든 언론을 통해서 생중계된 기자 회견에서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그 일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로 반성하고 후회하며 평생 제 가슴 속에 새기고 살고 있다”면서도 “사퇴할 정도로 책임을 져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들 퇴학 처분 관여 의혹에 대해서는 이 기자 회견을 통해서 “제가 절차에 개입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결코 없다”고 해명했다. 안 후보자의 아들은 2014년 유명 자사고 재학 당시 기숙사에 여학생을 데려오고 이를 주위에 자랑한 사실이 적발돼 이 학교 선도위원회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안 후보자 내외가 교장에게 탄원서를 보내는 등 직접 나서면서 징계 수위가 낮아져 퇴학을 면했다.
이와 함께 올해 같은 학교에서 만장일치 퇴학 처분을 받은 3학년 남학생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스트레스성 대장증후군 증상이 있다는 이 학생은 급한 상황에서 남자 화장실에 휴지가 없어 휴지를 찾아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들켰고 지난달 전학을 갔다.
이런 논란 속에 안 후보 아들에게서 '정유라'가 보인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안 후보자의 아들이 2016년 학생부 종합 전형 수시 모집으로 서울대에 입학했기 때문. 머니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입학한 만큼 안 후보자 아들의 학생부에는 이 같은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여성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역시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글에도 여성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며 “남성으로서 욕망을 드러내 같은 남성에게 성찰과 반성을 하도록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안경환은 쉴드를 쳐줄 수가 없다”, “사퇴 안 한다더니 지명 철회 이야기 나오니까 사퇴하네”, “도덕적 불감증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법무부장관이냐”, “사퇴 안 하면 문재인 정부에 부담” 등의 반응을 내놨다.
직장인 김문식(52, 부산시 서구) 씨는 “일반 상식의 기준으로 봐도 고위 공직자로는 부적격”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문지원(23, 부산시 남구) 씨는 “기자회견 8시간 만에 사퇴라니 우스운 일”이라며 “인사 검증 실패 소리 안 듣게 잘하자”고 말했다. 주부 정이숙(49,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청문회를 한 번 보고 판단해도 괜찮지 않았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