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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전기 공급을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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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전기 공급을 허(許)하라
  • 정일형 시빅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3.06.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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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지속되고 한여름이 가까워지면서,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늘어난다. 해마다 반복되는 '올여름이 가장 덥고 길다'고 하는 소리를 여지없이 이번 여름 전에도 우리는 듣고 있다. 더구나 몇 년째 반복되는 전력대란에 대한 걱정이 쌓이고 쌓여 거의 폭발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한 차례 ‘블랙아웃(blackout)’을 경험한 상태에서, 연일 뉴스는 얼마의 전력 손실이 있을 예정이고, 우리나라 전기 요금 수준은 OECD 국가 중 몇 번째로 낮으니 이번 기회에 올려야한다는 등의 소식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선 학교들에서 치솟는 전기 요금으로 인해 찜통더위 속에서도 냉방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개 초중고등학교는 연간 학교 운영비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제한된 운영비 범위 내에서 전기 요금이 상승하면, 학교는 다른 비용들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운영비 항목엔 여름 무더위만 해결하는 전기 요금 외에도 한겨울의 추위를 극복해야 하는 난방비도 포함되어 있으니,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이미 우리는 2009년 이후로 여섯 차례의 전기 요금 인상이 있었고, 그 동안의 인상률은 5년간 30.1%나 된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 요금은 농업용, 산업용, 교육용, 주택용 등 네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이들의 1kWh당 요금은 농업용이 20.6원, 산업용은 71.8원, 교육용이 81.3원, 주택용이 86.5원씩이다. 교육용 전기 요금은 산업용보다도 비싸고 농업용의 4배 가까운 수준이다. ‘백년지대계(世纪之大計)’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이 그저 말로만 떠드는 수준이었단 말인가? 비단, 전기 요금의 문제는 높은 교육용 전기 요금의 단가뿐만이 아니다. 오직 주택용 전기 요금에만 있는 누진세도 큰 문제로 작용한다. 누진세란 일정 용량 이상을 사용할 경우 단위당 부과되는 세금이 가중되는 조세를 말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구들은 전기 요금 누진표의 3-4단계에 해당하는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3단계 누진 구간은 한 달 전기 사용량이 201kWh~300kWh에 해당되는 경우로 전체 가구의 약 29.6%가 이에 해당한다. 4단계 누진 구간은 한 달 전기 사용량이 301kWh~400kWh에 해당되는 경우로 전체 가구의 약 24.7%에 해당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매일 켜 놓고 생활하는 냉장고의 경우 한 달에 평균 72kWh의 사용량이 나오고, 하루에 4시간 정도 에어컨을 매일 켠다고 하면, 한 달에 평균 140kWh 정도의 사용량이 나온다. 이렇게 일반적인 가정에서 매일 사용하는 TV, 청소기,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의 아주 기본적인 가전 제품만 사용하더라도 여름엔 300kWh를 훌쩍 넘어버린다. 원래 누진세의 목적은 전기의 무분별한 소비를 억제하고자 함이었는데, 여름이면 전력 소모량이 많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반 서민들까지 누진세를 적용받게 하니 여기저기서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몇 년간 되풀이되는 만성적인 전력 수급의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계획에 기인한다.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이 전력 산업 민영화에 따른 발전 설비의 미비로 인한 것이다. 정부가 전력 수급 계획을 세우긴 했지만, 정부가 사기업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결과로 그 계획에 따라 필요한 발전 설비를 제때에 건설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원전의 불량 부품 사용으로 원자력 발전소 3기가 운전을 멈춘 이유도 더해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자 발전회사를 가진 대기업들에게는 이윤을 올리는 최적의 기회가 되었다. 지난 해 5대 민자 발전회사가 전기를 생산해 올린 순이익은 9,400억원에 이르며, 정부가 전력 수요 관리 차원에서 대기업에 지불한 보조금만도 4,000억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은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전기 사용량 중 산업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55%를 넘는다. 전체 국민이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가 불과 14%에 지나지 않는데, 대기업들은 원가 이하의 값싼 전기를 사용하면서 1조원에 달하는 간접 이윤도 챙겼다. 그럼에도 정부는 각종 통계 수치를 적용하며 우리나라 전기 요금 수준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논리만 갖다 댄다. 또한 TV를 켜면 연일 국민들에게 또 다시 블랙아웃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전기를 아껴 쓰고 조금 더워도 참아내라는 종용만 빈번하다. 언제까지 국민들은 국가발전이나 산업 발전의 논리에 개인의 행복이나 자유를 뒤로 미루어야 할까? 그동안 우리는 국가 주도의 산업 발전으로 훌륭한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고, 그 결과로 대기업들이 세계의 여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위치를 가졌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 TV는 일본의 아성을 누르고 세계의 명품이 되었으며, 자동차 역시 일본을 제치고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스마트폰은 세계 보급률 1위를 자랑한다. 이제 그 정도 했으면, 더 이상 국가나 정부가 대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산업용 전기의 혜택을 주지 않아도 되는 수준 아닌가? 이미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용 전기 사용 억제는 누진세를 적용하여 오히려 충분히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전력 부족 문제는 산업용 전기의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그 비율이 높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무조건적인 수요 억제 정책이 아닌 합리적인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안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확한 전기 수요의 예측과 계획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학생들이 좀 더 편하게 공부하고, 다시 잘못된 계획을 입안하거나 부당한 특혜를 대기업에 주지 않도록, 학교에 충분한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요금도 보다 현실적으로 적용하여 교육용 전기 요금을 산업용 전기 요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라. 말로만 백년 앞을 내다보는 교육 계획이 아니라 현실성 있는 실제 혜택을 교육계에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학교에 값싼 전기 공급을 허하여 더 이상 우리의 자녀들이 더위나 추위 때문에 공부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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