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면서도 공관병들 제보는 "그런 적 없다" 부인...문 대통령, "매우 유감" / 정인혜 기자
공관병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킨 육군 박찬주 대장의 부인 전모 씨가 7일 군 검찰에 출석했다. 이날 전 씨는 공관병들에게 상처를 줘서 죄송하다면서도 "아들같이 생각하고 대한 것"이라고 변명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YTN을 통해 공개된 현장 영상에 따르면, 전 씨는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 중 한 기자가 “공관병들의 폭로 내용에 대해 인정하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전 씨는 “내가 잘못했다”며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의 발언이 등장했다. “아들 같이 생각하고 대했지만, 그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그 형제나 부모님께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것.
여론은 ‘아들 같이 생각했다’는 발언으로 미뤄볼 때 전 씨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전 씨가 본인 아들의 휴가 날짜에 맞춰 공관병들을 부려먹었다는 제보가 다수 접수된 터다. 직장인 오지현(49, 부산시 남구) 씨는 “본인 아들에게 전자 팔찌 채워서 다른 아들 바비큐 파티 시켜줬는지 궁금하다”며 “반성 하나도 안 하는 게 티 났는데,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더 불 붙인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전 씨의 해당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아들 같이 생각은 무슨 노비라 생각했겠지”, “니 아들이 그런 대접 받았다고 생각해봐라”, “남의 귀한 아들들을 그렇게 부려놓고 감히”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 밖에도 전 씨는 피해 공관병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한 기자가 “썩은 토마토나 전 맞은 공관병에게 하고 싶은 말 있냐”고 묻자 전 씨는 “아니요. 그런 적 없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앞서 지난 4일 국방부는 전 씨와 관련한 의혹이 대부분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인이 여단장급 이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절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매우 유감”이라고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직접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휴가를 마치고 이날 청와대로 복귀한 문 대통령은 첫 주재 회의에서 박 대장 부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공관병에 대한 갑질 사건은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드렸다”며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내 갑질 문화를 근절하기 위한 방지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군내 갑질 문화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나라를 지키러 간 우리 청년들이 농사병, 과외병, 테니스병, 골프병 등의 모욕적인 명칭을 들으며 개인 사병 노릇을 한다는 자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장은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군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게 된다. 박 대장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직권남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