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홍모(30, 서울시 양천구) 씨는 요즘 회사에 출근하면 괜스레 부아가 치민다. 눈물이 나는 날도 있다. 일도 손에 잘 안 잡히고, 퇴근 시간만 재촉하게 된단다. 홍 씨는 “휴가 후유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증상은 2주 전 휴가를 다녀와 복귀한 후부터 시작됐다. 홍 씨는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인데도 엄청 과거의 일 같고, 일도 하기 싫고 왠지 마음이 공허한 느낌”이라며 “빨리 올 추석이 돼서 또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직장인 정한영(29, 부산시 남구) 씨도 휴가 후유증을 호소한다. 그는 홍 씨와 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보다도 신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한다. 정 씨는 “온몸이 쑤시고 목도 뻐근하고 휴가 다녀오고서부터 안 아픈 구석이 없다”며 “분명히 쉬다 왔는데 몸은 왜 더 피곤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름휴가 시즌이 막바지에 들어선 가운데 휴가 후유증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정신적 스트레스부터 육체적인 피로까지 증상도 다양하다. 짧은 휴가 기간 동안 무리한 여행 일정을 소화한 후 충분한 휴식 없이 바로 업무에 복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하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22일 벼룩시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9.6%가 여름휴가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여름휴가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들이 가장 많이 꼽은 증상은 피로감으로, 응답자의 38.9%에 달했다. 의욕저하(25.6%), 집중력 하락(16.2%), 체력 저하(9.7%), 수면장애(6.3%), 우울함(3.4%)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후유증을 일으킨 원인을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38.9%가 ‘반복되는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쉬워서’라고 답했다. 이어 ‘휴가 기간 동안 밀린 업무가 많이 있어서’(20.9%)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16.2%), ‘휴가가 너무 짧아서’(10.2%), ‘앞으로 남은 휴가가 없어서’(8.9%) 순으로 답했다. ‘휴가 중 사용한 금액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5%)라는 답변도 있었다.
휴가 후유증 극복을 위한 방법 중 으뜸은 ‘충분한 수면’(27.2%)이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는 답변도 19.6%로 나타났으며, ‘무조건 휴식을 취한다’(17.8%), ‘규칙적인 생활’(15.9%), ‘운동’(7.8%), ‘보양식 섭취’(6.3%), ‘취미 활동’(5.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조언을 내놓는다. 휴가 기간 동안 흐트러진 생활 패턴과 체력을 찾기 위해 충분한 수면 등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
정신과전문의 안숙영 박사는 “휴가가 끝나는 철에는 갑자기 밀려오는 피로감과 무기력감 등으로 휴가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며 “휴가에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휴가가 끝난 후 바로 업무로 복귀하는 것보다는 하루 이틀 정도 쉬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