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아시아나 여객기가 사고를 당했을 때, 끝까지 승객들을 구하려고 고군분투했던 승무원들이 화제에 올랐다.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여자 승무원들은 아이를 엎고 뛰기를 여러 차례. 작은 체구의 승무원들에게 당시 미국 언론들은 영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올해 초, 대한항공에서는 일명 ‘라면사건’이 있었다. 이것은 대기업 임원이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이 끓여온 라면에 트집을 부리면서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당시 이 난동으로 인해, 결국 대한항공 측은 해당 대기업 임원을 경찰에 신고했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의 패러디까지 만들어 해당 기업과 임원을 조롱했고, 해당 기업은 대국민 사과문까지 게시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대기업 임원이 항공기 납치범도 아닌데, 항공사 측이 왜 경찰에 신고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통상 ‘스튜어디스’라고 불리는 항공기 여승무원이란 과연 누구인가? “Coffee or tea?”를 물으며 예쁜 미소를 짓는 항공기 여승무원들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어떤 훈련을 평소에 받고 있을까?
시빅뉴스는 전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으로 시작해서 국제선 출입국 팀장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장인화 씨를 만났다. 그녀는 현재 승무원을 퇴직하고, 사설 학원에서 승무원을 꿈꾸는 대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인화 씨는 승무원의 업무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승객의 안전이 첫 번째고 그 다음이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승무원의 업무는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시는 거에요. 서비스가 모든 것이 아니라는 거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운항 우선 순위 중 첫 번째가 안전성이고, 그 다음이 쾌적성과 정시성, 경제성으로 돼 있다.
승무원들은 앞서 언급한 그들의 첫 번째 우선순위인 안전성을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훈련 과정은 실전 같은 상황을 마련해 놓고 반복적으로 맹훈련하는 것이다. 비행기가 육지에 추락했을 때를 대비하여 사람을 업고 대피시키는 훈련은 물론, 바다에 추락했을 때를 대비해서 수영으로 주어진 거리를 제한 시간 안에 통과해야 된다. 일반인들은 항공기 승무원을 그저 우아하게 보이는 직업으로 생각할지 몰라도, 실제는 잘 훈련된 특공대 군인처럼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직업인 것이다. 최근 일어났던 아시아나 항공기 사건은 이러한 맹훈련을 받아온 승무원들의 활약이 실전에서 돋보였던 사건이었던 것이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에 대해, 인화 씨는 승무원이 큰 역할을 했음을 지적했다. 그녀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안타까운 사건이었지만, 승무원의 희생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그 많은 승객들을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인화 씨는 또한 이 사건이 일반인들이 항공기 승무원에 대해 가졌던 고정관념을 많이 바꾸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녀는 “과거에 승무원은 키 크고 예쁜 사람이라고 인식되었지만, 아시아나 사고 이후로 사람들에게 승무원의 힘든 훈련 과정이 많이 알려지면서, 승무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승무원은 직업 특성상 자신이 쉬고 싶은 날 쉴 수 없다. 그들의 근무는 매월 근무 한 달 전에 나오는 비행 일정에 따라 이뤄진다. 여기서 한 치의 오차와 한 건의 예외도 있을 수 없다. 예정된 비행기가 승무원이 없어 뜰 수 없는 상황은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가정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도 매번 빠지게 된다는 것이 승무원의 고충이다. 그래서 승무원 현역 근무 당시, 그녀는 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살아야만 했다.
특히 그녀가 가장 힘들었을 때는 바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부터다. 아이들의 학교 공개 수업 참관, 입학식, 졸업식 등 엄마가 꼭 있어야 할 곳에 가지 못했던 것이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것. 그녀는 “엄마들 중에 나만 가지 못해서 아이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나 힘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엄마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라며 힘들었던 그 시절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승무원 시절 다행이도 큰 인명 사고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승무원 시절 평생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 갖고 있다. 어느 날 그녀는 공항에서 대기를 하던 중, 홍콩 비행에 나서야 할 동료가 갑자기 통증을 호소해 대신 비행에 불려나가게 됐다. 그때 비즈니스 석 사람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듀스의 멤버였던 가수 이현도 씨가 그 곳에 탑승해 있었던 것. 그녀는 물론 대부분 사람들이 그날 아침 뉴스를 통해 그룹 듀스의 다른 멤버인 김성재 씨의 사망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기내 소란과 웅성거림이 사라지지 않자, 그녀의 시니어 승무원(고참 승무원)이 재빨리 이현도 씨를 갤리(승무원들이 사용하는 주방)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피신시키자, 그제서야 이현도 씨는 탑 시니어의 품에 안긴 채 오열을 터트렸다. 다른 세상에 존재할 것 같던 스타의 눈물에, 탑승하고 있던 모든 승무원들은 같은 인간으로서 깊은 동정심을 느꼈다고 한다.
다행히 홍콩에 도착하기 전, 이현도 씨는 감정을 수습하고 자리로 돌아갔지만, 그의 뒷모습은 여전히 지치고 쓸쓸해 보였다고 한다. 결국 인화 씨는 동료를 불의의 사고로 잃게 된 연예인 이현도 씨를 위해 승무원들 모두 위로 편지를 써서 홍콩 도착 전에 전달하자고 동료들에게 제안했다. 그녀는 “그룹 친구의 사망으로 힘들어 하는 이현도 씨를 위로하는 것도 승객을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라며 함께 동반했던 승무원들끼리 쪽지에 메시지를 담아 전달했다.
이 사건 후 몇 달 뒤, 이현도 씨는 책을 출판했고, 그 책에는 당시 인화 씨가 건넸던 승무원들의 위로 편지가 그대로 실렸다. 그가 새로 낸 앨범에도 그날 함께했던 대한항공 승무원 명단이 그대로 실렸다. 그녀는 그 때의 가슴 뭉클한 순간이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그녀가 승무원을 꿈꾸게 된 계기는 중학교 3학년 시절, 당시 톱스타였던 채시라 씨가 출연한 특집 드라마 ‘파일럿’이 계기가 됐다. 극중 채시라 씨의 직업이 바로 항공기 여승무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극중 채시라 씨가 보여준 승무원 이미지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한다. 드라마가 끝난 뒤, 그녀는 어머니에게 “엄마 나 승무원이 될거야”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후 인화 씨는 각고의 노력 끝에 승무원이 됐다.
인화 씨는 승무원을 너무 이상적이고 편한 직업으로 보는 시각이 변했으면 한다. 그녀는 “미래 승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이나 현역 후배 승무원들이 진실한 기내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질 수 있는 체력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