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1-01 16:59 (금)
계절 학기 편법 수강생이 생겼다
상태바
계절 학기 편법 수강생이 생겼다
  • 김우진
  • 승인 2013.01.16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절 학기란, 대학교에서 방학 기간 중에 강좌를 개설하여 수업을 듣게 하는 제도다. 그리고 보통 계절 학기는 약 2주 정도에 한 과목의 수업을 마친다. 일반적으로 계절 학기는 정규 강좌보다 본인 확인 시스템이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대학가에서 계절 학기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본인 확인 시스템이 미비한 점을 이용해 계절 학기 과목 ‘바꿔듣기’가 암암리에 유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명이 일본어 수업을 필수적으로 학점을 보충해야하는데 영어는 잘하나 일본어 실력이 부족하고, 다른 한 명은 영어 수업을 필수적으로 학점을 보충해야 하는데 일본어는 잘하나 영어실력이 부족하다면 이 두 사람이 서로 과목을 바꿔듣는 형태다.

남구 대연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미은(25) 씨는 작년에 경성대학교를 졸업했다. 김 씨는 졸업 직전 학기 방학 기간 동안 계절 학기를 수강했고, 그녀의 과 동기와 중핵교양 과목을 바꿔 들었다고 한다. 김 씨는 ‘현대과학의 이해’를 재수강해야 했지만 과학에는 문외한이고, 김 씨의 친구는 ‘한국역사의 이해’를 재수강해야 했지만 역사를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어요. 바꿔들을 사람이랑 마음만 맞으면 딱히 문제될 건 없어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본인을 확인하는 것도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동서대학교를 재학 중인 한 학생(24)은 이번 계절 학기 동안 같은 학교 친구와 과목을 바꿔들을 계획이다. 그는 계절 학기로 성적은 채워야 하지만, 계절 학기에 개설되는 과목들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계절 학기를 듣는 사람은 모두들 자신이 받았던 점수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겠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개설되는 강좌의 수가 많지 않아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과목이 없어요. 그래서 어쩔 수없이 친구와 바꿔들을 계획이예요. 그렇게라도 성적을 높여야죠”라고 말했다.

계절 학기를 바꿔듣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승희(21) 씨는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업을 대비하기 위해 계절 학기를 듣는다. 이 씨는 아직 저학년이지만 3, 4학년에는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위해서 미리 학점을 들어 놓는 것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인 만큼 이 씨에게 성적은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그녀는 “요즘은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미리 학점을 따놓는 것이죠. 그런데 학점을 잘 받아야 되기 때문에 강세를 보일 수 있는 과목을 서로 바꿔 듣는 것이니까 일종의 윈윈전략이 아닐까요”라고 덧붙였다.

반면 계절 학기를 바꿔들은 ‘피해자(?)’도 있었다.

동아대학교에 재학 중인 권민우(24) 씨는 지난 하계 계절 학기를 친구와 바꿔 수강했다. 그런데 본인이 대신 수강해주었던 과목의 성적은 A가 나왔으나, 친구가 대신 들어 준 과목의 성적은 B로 애초에 권 씨가 원하던 성적보다 낮게 나온 것이다. 그는 “요즘에 취업을 위해서 성적은 기본으로 깔고 가야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성적 한 번 잘 받아보겠다고 바꿔들었는데, 제 성적은 못 나오니까 화도 나고 진짜 후회되더라구요. 성적이 잘 안 나올 것 같은 과목이더라도 본인이 직접 듣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신라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수지(23) 씨는 친구가 계절 학기 과목을 바꿔듣자는 제안을 해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고 한다. 김 씨는 성적이 잘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 엄연한 범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계절 학기를 바꿔듣는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그건 범죄잖아요. 분명히 듣기 힘든 과목도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도 있을 거예요. 그러면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면 안되는거죠”라고 전했다.

한 대학교의 관계자는(31) 학생들이 계절 학기를 바꿔듣는다는 사실을 미처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강의는 학생과 교수의 신뢰관계가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바꿔듣기가 유행이라면 이런 신뢰관계를 저버리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또 그는 본인확인 시스템이 미비한 제도적인 부분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