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디자인마다 들쭉날쭉한 프리사이즈, "도대체 누구 몸에 맞는 옷이냐" 불만 / 김예지 기자
기성복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FREE SIZE'라는 표시는 표준 체형에 따른 평균 사이즈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자유로운 사이즈'라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실상은 평균보다 작거나 큰 사람들에게는 잘 안 맞는 사이즈여서 문제가 되고 있다.
브랜드 매장이 아닌 대다수 보세 옷 가게에서는 프리사이즈 의류를 판매한다. 어떤 체형의 사람에게도 맞도록 만들어진 옷이라고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이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영(21, 경남 양산시) 씨는 155cm의 키에 체중 역시 적게 나간다. 흔히들 말하는 44 사이즈를 입는다. 이런 이 씨에게 프리사이즈는 고민의 대상이다. 이 씨는 "쇼핑몰을 통해 옷을 주로 사 입는데, 마른 사람들이 입어도 괜찮다는 프리사이즈 옷을 사도 맞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며 "누구에게나 맞는 사이즈라면서 그 '누구'가 특정 사이즈에 한정돼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김모(27) 씨에게 프리사이즈는 기피 대상이다. 키가 170cm가 넘는 김 씨에게 프리사이즈는 '아동복'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어릴 땐 옷이 예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매했지만, 단 한 번도 내 몸에 맞는 프리사이즈 옷을 못 봤다"며 "요즘에는 프리사이즈 옷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온라인에서도 이 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네티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프리사이즈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이즈냐?'라는 글로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샀다. 해당 글에 달린 댓글만 수백 개다. 글쓴이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네티즌들은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사이즈에 내가 몸을 맞춰야 되는 실정", "업체 편의를 위해 만들어놓고선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사이즈=프리사이즈", "이럴 거면 프리사이즈라는 기준을 아예 없애라"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 패션업계 관계자는 보세 의류업계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옷이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양한 사이즈를 찍어냈다가 적자가 발생하면 업체가 그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표준 체형에 맞춰 옷을 찍어낸다"며 프리사이즈는 표준 사이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표준 체형이 정확히 어느 시대의 어떤 연령층을 기준으로 제정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균형 있는 영양 섭취가 이뤄지면서 여성들의 신체 사이즈는 꾸준히 변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80년대 20대 여성의 평균 신장은 155cm이었던 것에 반해 지난 2015년 여성의 평균 신장은 19세~24세 기준 162cm, 25~29세 기준 160.9cm까지 성장했다.
이에 표준 의류 치수 규격도 수정됐다. 지난 2015년 국가기술표준원은 20~24세 한국 여성의 평균 키는 160.9cm, 표준 허리둘레는 약 28인치로 지정했다.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우리 나라 여성의 평균 사이즈는 160.9cm에 허리 둘레는 28인치라는 뜻이다.
이 같은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7월 여성들의 의복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당시 여성환경연대 측은 "대한민국에서는 여성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옷 사이즈의 폭이 굉장히 좁다"며 "획일적 사이즈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