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의 브래지어 착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이 보도된 이후 '현대판 코르셋'으로 불리는 브래지어로부터 벗어나려는 일부 여성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노브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 이에 대한 찬반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논란은 얼마 전 EBS1 시사교양프로그램 <까칠남녀>가 ‘나, 노브라야!’편을 통해 ‘노브라’를 바라보는 일부의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프로그램 MC 박미선 씨와 은하선 칼럼니스트는 방송 사상 처음으로 노브래지어 상태로, 단국대학교 서민 교수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상태로 등장했다. 또 시내 한복판에서 행인들에게 브래지어를 보여주며 느낌을 물어보자, 사람들 대부분이 ‘민망하다’, ‘남자가 보면 안 될 것 같다’, ‘야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 히피 운동(The Hippie Movement)을 통해 진보적 민권운동과 여성운동의 하나로 여성 억압의 상징인 브래지어를 불태웠던 전력도 있다. 이후 노브라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억압을 거부하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페미니즘의 확산과 함께 여성 억압을 거부하는 표시로 노브라 현상이 조용히 번지고 있다. 연예인 설리 씨가 노브라 차림으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SNS에 자주 게재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상태다.
노브라를 지지하는 여성들은 "왜 여성의 노브라는 숨겨야 하는 것 또는 수치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신라대 여성문제연구소 최희경 소장은 남성들이 여성의 노브라를 불편해하는 이유로 ‘여성 가슴의 성적 대상화’를 꼽았다. 그는 “남성이 셔츠 안에 속옷을 입지 않았다고 해서 불편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여성의 가슴이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걸 불편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방민영(23, 부산시 동래구) 씨는 얼마 전 우연히 집에서 브래지어를 벗고 활동했다가 해방감을 맛봤다. 그는 “항상 속옷을 입고 있으니 집에서도 안 입는 것보다 입는 게 훨씬 편했는데 어느 날 인터넷에서 ‘(브래지어를) 한 번 안 입고 생활해보면 신세계가 펼쳐진다’는 글을 보고 시도했는데 진짜 편했다”며 “하지만 밖에서도 안 입고 다니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송연서(22, 부산시 남구) 씨는 “여성으로서는 노브라를 찬성하지만 남성들이 그걸 눈요깃거리로 여기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노브라 현상이 안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소희(30,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으면 유방암을 막아준다고는 하지만 밖에 나갔을 때 민망할 것 같다”며 “남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걱정돼 집에서만 벗고 있지 공공장소에서는 꼭 착용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김모(24, 부산시 남구) 씨는 “속옷을 착용하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며 “사회적인 시선이 노브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성의 눈길이 따라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호기심에 쳐다보는 것 같은데 (노브라가) 크게 유행한다면 이런 시선 또한 금세 사그라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리안 dds**** 씨는 “여름옷 밖으로 브래지어 끈이 보이지 않으면 ‘저 사람 노브라인가 봐’ 하며 수군거리거나 쳐다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네이버 이용자 qqir**** 씨는 “외국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여성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희경 소장은 “남성과 여성 모두 여름에 더운 건 마찬가지인데 여성만 브래지어를 꼭 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여성의 신체는 여성의 것이니 어떻게 입을지는 여성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스스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를 존중한다면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