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 구남로 광장에서 ‘제1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행사 슬로건은 '우리는 퀴어다'를 부산말로 옮긴 '퀴어 아이가.' 부산 성 소수자 인권 모임, 비 온 뒤 무지개재단, 정의당 등 40여 개 단체가 참여해 45개 부스가 개설된 이번 축제는 약 20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오전 10시 부스 행사로 시작된 퀴어 문화 축제 현장은 다소 복잡했다. 폭이 좁고 긴 구남로 문화광장에는 축제 참여자들 외에도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 단체와 시위자들이 양옆의 인도에서 피켓을 들고 축제 부스를 에워싸듯 서 있었다. 이들 사이에는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들이 줄을 맞춰 배치됐다.
이들 단체는 무대 공연을 비롯해 프리허그, 기념품 판매, 차별금지법 제정 서명운동 등을 실시했다. 오후 1시부터는 축제장소에 마련된 특별무대에서 정세일(스카웨이커스), 비크루, 아는언니들 합창단, 바나나몽키스패너 등의 다양한 공연이 진행됐다.
축제에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스티커를 붙이거나, 무지개 깃발을 든 시민들부터 독특한 복장으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이어간 이들까지, 다양한 모습의 참석자들이 어울려 축제를 즐겼다.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퍼레이드는 구남로에서 출발해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2.8km구간에서 진행됐다.
반대 시위자들이 공연무대 바로 옆까지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을 지켜본 퀴어 문화축제 참가자 대학생 A 씨는 안전을 걱정했다. 그는 "대구 퀴어문화 축제에서 인분을 뿌린 사건이 있었다"며 "경찰이 중앙에서 막고 있지만, 경찰보다 반대 시위자 수가 더 많아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B(30대) 씨는 서울과 대구에 이어 부산 축제에도 참여했다. 그는 "서울에서는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영사관이 지원했고, 대구에서도 미 대사관이 지원을 왔는데 부산은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한 그는 안전 문제를 언급하며, "부산 시장이 문제다. 대구의 경우 4차선을 막았는데 이번에는 하나의 차선만 막았다. 그 때문에 축제 참가자들이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 양옆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비판했다.
3시 30분에 예정됐던 부스 마무리는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타 행사와 해운대 구청 측과 부스 철거 시간에 대한 타협으로 30분 일찍 철거하게 됐다"고 주최 측이 전했다. 따라서 4시 예정이던 퀴어 퍼레이드 역시 앞당겨져 3시 30분경 시작됐다.
구남로 문화광장에서 시작해 2.8km를 행진해 되돌아오는 퍼레이드는 인도에서 빼곡히 인간 띠를 두른 동성애 반대 시위자들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예상됐다.
간혹 스피커로 성경을 읊거나,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거나, "불쌍하다", "회개하라"며 우는 시위자들이 있었지만, 충돌을 우려할 일은 아니었다.
진짜 우려할 일은 사전에 허가받은 기자들이 아닌 반대 시위 참가자나 일반인들이 행렬 속 사람들의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퍼레이드 행렬은 그들을 향해 "사진 찍지 마세요", "동영상 촬영하지 마세요"라고 항의했으나, 그들은 무시한 채 촬영을 지속했다.
한편, 불과 500m 떨어진 곳에서는 탈동성애 어머니회, 부산기독교 청년연합, 건강한 부산 만들기연대 등이 참여한 ‘2017 레알러브 시민 축제’가 열렸다. 퀴어문화축제 개최 소식을 들은 종교단체와 시민사회가 연대해 맞불 집회를 연 것.
레알러브 시민 축제는 부모님의 손을 잡은 어린아이부터 지팡이를 짚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로 시작해 애국가 1절을 제창하며 공연을 이어갔다.
한편, '제1회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구남로 문화광장과 '2017 레알러브 시민 축제'가 열리는 일대에서도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 결혼', '에이즈 감염' 등의 반대 피켓을 든 사람들이 곳곳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지하철역 근처에 모여 행인들에게 '동성애 반대는 부당한 차별이나 혐오가 아니다', '동성혼 반대가 금지되어 건전한 국민의 인권이 침해', '내 아들이 어떤 남자를 데려와도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의 전단을 나눠줬다.
집으로 가던 중 전단을 받은 C 씨는 "내용을 보는데 에이즈 감염자의 증상이란 사진이 적나라하게 실려 있고, 통계 자료도 믿음직스럽지 않았다"며 "결혼은 남성과 여성이 하는 것이고, 동성애는 죄악이라 지옥에 간다는 말을 하셨는데, 지나가는 사람일 뿐인 내가 봤을 때는 그 말이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도대체 언론에서는 국민편에 서질 않아주니
뭐가 어떻게 거꾸로 되어가는지 모르겠네요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나라
만들어주자는데 그게 그렇게 안될 일인가
남자끼리 여자끼리 그래해갖고
애 낳을 수 있냐 말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걸 이제 정상이 아니라고 말도 못하는 나라 만들어서
나라 꼴을 어떻게할려구 그러는지 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