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계약 80억에 이적...팬들 "협상에 미지근했던 롯데 프론트가 프랜차이저 선수 놓쳐" 비난 / 김예지 기자
보니 엠(Boney M)의 <Rivers of Babylone>에 가사를 따로 붙여 부르던 응원가 '롯데의 강민호~'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포수인 강민호(32)가 21일 삼성으로 전격 이적했다. 소식을 접한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놀람과 당혹을 넘어 구단을 향한 분노와 눈물 등 다양한 감정으로 출렁이고 있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강민호는 올해까지 14년간 줄곧 롯데에 몸담았다. 포수로 활동하면서 강민호는 구단과 후배 선수, 팬들을 향한 사랑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롯데'의 프랜차이저(한 구단에서 데뷔해 오랜 기간 동안 그 구단에서 활동하고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선수)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그런 그가 롯데를 떠나 삼성으로 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계약 기간 4년에 80억 원, 롯데와 삼성은 동일한 조건을 걸었지만, 강민호의 선택은 삼성이었다.
강민호의 이적 이면에는 롯데의 미적지근한 태도 문제가 있었다. 지난 8일 FA(자유계약선수제) 시장이 열린 뒤에도 롯데와 강민호의 FA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기다리던 강민호는 지난주 구단 사무실을 찾아갔고, 먼저 “롯데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구단 측은 강민호에게 더 기다리라고만 했다. 롯데는 보상 규모가 큰 강민호를 데려갈 팀이 없으리라 판단하고, 손아섭 선수와의 협상에 집중했던 것.
SBS에 따르면, 롯데와 강민호 사이의 이상 기류를 감지한 삼성이 뛰어들었다. 강민호를 만나 오랜 시간 동안 영입 이유를 설명했고, 4년 전 첫 FA 때보다 5억 원 오른 보장금액 80억 원을 제시했다. 삼성의 제안을 받은 강민호는 다시 롯데 구단 사무실을 찾아 “삼성에서 4년 80억 원을 제시했다. 마음 흔들리고 싶지 않다”며 롯데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롯데는 강민호에게 확답을 주지 못했다. 삼성 측에서는 “보상 규모를 감안하면 우리도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다. 빨리 계약을 하고 싶다”고 더욱더 구애를 펼쳤다. 결국, 강민호는 부산이 아닌 대구에서 두 번째 FA 인생을 펼치기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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