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독도 상공에서 태극기를 들고 스카이다이빙 하려던 퍼포먼스가 1일 현지의 기상 악화로 무산됐다. 독도 스카이다이빙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지난달 28일 부산 해운대에서 예행연습까지 마쳤던 전 특전용사 이대호씨(35)는 이날 "현지의 기상상황이 너무나빠 독도 착지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스카이다이빙 계획을 어쩔수 없이 무기 연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아침은 독도에서 시작된다(The Korean dawn begins at Dokdo)"는 구호가 새겨진 현수막을 들고 스카이다이빙을 했던(시빅뉴스 2013년 10월 18일자 기사) 이씨는 삼일절에 독도 하늘을 다시 날 계획을 세우고 그동안 준비를 해왔다.
이대호 씨가 독도와의 특별한 인연은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강력하게 항의했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까지도 대통령의 독도방문이 외교 분쟁의 원인을 제공했고 시기적절치 않은 행동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나라 땅을 밟는 것은 당연한 건데 왜 이런 비난을 받아야하지?’ 이대호 씨의 마음 속에서 이런 작은 불꽃이 일었다. 그리고 지난 해 8월, 이대호 씨는 10년간 장교로 몸 담았던 특전사를 전역하면서 그 불꽃은 행동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특전사 복무 중 1000회 이상의 고공강하 훈련을 했고, 그 기술을 발판으로 스카이다이빙 전문가 훈련도 이수한 이대호 씨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인 스카이다이빙으로 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을 온 세계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이 일은 스카이다이빙 교관이자 스카이다이빙 국가대표로서 스카이다이빙 베테랑인 그만이 할 수 있는 재능기부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준비된 것은 없었지만, 이대호 씨는 ‘그래도 한 번 해보자’는 결심으로 독도 사랑 현수막을 들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현수막을 펼치며 낙하하는 것은 고난이도를 요하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함께 할 전문가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이대호 씨는 17시간 씩 차를 몰아 미국 4개주를 돌아 다니며 그와 함께 할 스카이다이빙 실력자들을 찾았다. 처음 그들은 현수막을 보며 “여기가 어떤 기업이냐? 기업 홍보를 하는 것이냐”며 질문했지만 “여기는 내가 태어난 곳”이라며 독도를 설명하는 이대호 씨의 순수한 취지를 듣고 미국인 스카이다이버들이 독도 사랑 스카이다이빙 퍼포먼스에 흔쾌히 동참했다. 외교통상부에서 만든 영어로 된 독도 홍보 영상은 이 씨의 마음을 그들에게 전달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들은 며칠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다이 스카이다이빙 센터에서 연습한 후, 작년 9월 20일 마침내 미국 캘리포니아 3,900m 상공에서 독도 사랑 현수막을 들고 뛰어내렸다. 한 사람이 벌인 일은 순식간에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시빅뉴스를 비롯한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에서도 이 씨의 스카이다이빙이 소개됐다. 이날 스카이다이빙의 전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은 페이스북과 유투브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늦깍이 대학생으로 경성대 경영학과 학생이기도 한 이대호 씨에게 시빅뉴스는 동영상 편집 장비를 제공했고 시빅뉴스 영상제작부 PD들이 편집작업에 합류했다.
모두의 마음 속에 심겨져 있던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뜨거운 메시지가 한 사람을 통해 타국의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감격했다. 미안한 마음도, 고마운 마음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대호 씨는 오히려 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효과를 바라고 한 게 아니었다. 500만원 정도의 자비가 들었지만 내가 얻은 보상은 그 돈보다 훨씬 큰 독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우리 땅 독도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한다. 작년 미국에서 스카이다이빙 행사를 준비할 때 그는 혈혈단신 외로웠지만 이제는 든든하다. 미국에서처럼 함께 뛰어내릴 동료는 없지만 마음을 함께 하는 동지들을 더 많이 얻었다. 한서대는 삼일절 독도 퍼포먼스를 위한 항공기를 지원하고, 육군3사관학교 총동문회, 부산동부지역범죄예방협의회는 독도수호를 위한 퍼포먼스의 취지에 공감하고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세정그룹은 고공강하에 필요한 슈트를 제작하고 지원하며, 부산의 광고사 신라기획에서는 공중 퍼포먼스에 사용될 대형 현수막과 하늘에서 비처럼 내릴 300여 개의 현수막(가로20cm, 세로105cm)을 무상으로 제작하고 지원한다. 공군사관학교 예비역 대위 안제성 기장은 최초로 시도되는 독도 스카이다이빙을 위한 경비행기를 조종해 주기로 했다. 그 외에도 각계각층에서 여러 지원과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 시빅뉴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매체에서도 이번 스카이다이빙에 관심을 갖고 취재 중이다. 삼일절 전 국민의 이목이 독도로 향할 예정이다.
꿈에 그리던 독도 상공에서 펼쳐질 스카이다이빙에 그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꼭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를 앞둔 연인의 모습이다. 그는 “그 날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심장이 마구 뛴다”며 “사랑을 나누고 연애하는 것 같은 설렘”이라고 그 마음을 설명했다.
그는 독도 퍼포먼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독도 선착장에 착륙하면 눈물을 흘리지도 모른다는 ‘순정의 사나이’지만 지금은 그 감정을 잠시 뒤로 한 채 철저하게 스카이다이빙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내 몸보다 중요한 게 나라의 명예”라며 당일 생길지도 모르는 수천 수백 가지의 우발 상황들도 고려하고 있다.
독도 강하 하루 전인 오는 28일 오후2시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예행 연습이 실시된다. 먼저 경비행기의 저고도 비행과 함께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쓰인 현수막 150개를 하늘 위에서 비처럼 뿌린다. 그 후 항공기 고도를 더욱 상승시켜 2시 30분경 이대호 씨가 시범 강하를 펼친다. 발목에 붉은색 연막을 달고 강하한 뒤 곧바로 가로2m, 세로2.5m의 "대한민국의 아침은 독도에서 시작된다"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을 펼쳐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독도에서 착륙하는 지점과 똑같은 크기로 해운대 백사장에 그림을 그려놓고 발목에 15m의 기다란 현수막을 달고 착륙한다. 이날 예행연습에는 정관계 주요인사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는 홍보의 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이대호 씨는 이번 독도 스카이다이빙을 통해 다시 한 번 독도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키워나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서 내가 이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역사가 다시금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