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몰라줘도 내게 의미 있으면 소신 구매"...'휘소가치' 소비 확산 / 이애림 기자
취재기자 이애림
승인 2017.12.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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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성'+'희소가치' 합성어...젊은이들, 동물학대 반대 배지·위안부 할머니 후원 상품 구매 바람/ 이애림 기자
대학생 김정연(21, 부산시 금정구) 씨는 가방에 강아지 문양의 배지를 달고 다닌다. 배지를 취미로 수집하는 사람도 많지만 김 씨의 경우는 다르다. 그가 달고 다니는 강아지 배지는 구소련의 우주 개척 사업에 의해 희생된 개 ‘라이카’를 비롯하여 많은 동물 실험으로 죽어가는 동물들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우주개 라이카’ 프로젝트를 통해 판매된 것. 이 프로젝트에서 판매된 배지의 수입금은 동물자유연대 등 국내 동물 보호단체에 기부됐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는 그에겐 큰 의미가 있는 배지였다. 하지만 그런 의미를 모르고 배지 같은 걸 돈 아깝게 왜 사냐고 비아냥거린 지인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요즘 20대들은 ‘휘소가치’에 따른 소비를 하고 있다. 휘소가치란 휘발성과 희소가치의 합성어이다. 다른 사람에겐 휘발적 소비, 즉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무의미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에겐 합리적이고 나름의 가치를 가진 소비가 휘소가치에 따른 소비이다. 물건의 겉모습이나 기능적인 가치만을 따지지 않고 스스로에겐 큰 의미가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소비한다는 것.
대학생 박은비(23, 부산 서구) 씨 또한 자신의 휘소가치에 따른 소비를 하고 있다.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응원하는 뜻이 담긴 상품을 사는 것이다. 폰케이스, 팔찌, 다이어리 등을 구매한 그는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만 이 굿즈를 구매했을 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구매 욕구가 더 생긴다"고 말했다.
휘소가치에 따르는 것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는 것 또한 자신의 휘소가치를 따른 행위이다. 대학생 김유진 씨는 몇 년 전 갑질로 논란이 있었던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의 불매 운동이 큰 영향력은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갑질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기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불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을 통해 20대들은 소신에 따른 소비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