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속여 돈 뜯어내거나 성매매 제안 일쑤...오프라인 만남 때 엉뚱한 사람 나타나기도 / 정인혜 기자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소개팅 앱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상대방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이성과의 신속한 만남이 가능하고, 사진을 보고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택해 연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성 친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앱도 없는 셈이다.
이 같은 이점을 등에 업고, 소개팅 앱 시장은 날이 갈수록 몸집을 불리고 있다. 현재 국내 소개팅 앱 업체는 170여 개에 육박한다. 앱별 평균 누적 다운로드 수도 50만에서 100만에 달한다. 100만이 넘는 앱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헤럴드 경제에 따르면, 소개팅 앱 시장 규모는 약 500억 원에 이르며, 이용 회원 수는 33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소개팅 앱에서는 사기, 정보 도용, 조건 만남 등의 악용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개팅 앱을 범죄의 온상지로 지목하기도 한다.
많은 이용자들은 소개팅 앱의 가장 큰 단점으로 정보 도용 문제를 꼽는다. 가짜 프로필을 등록해 상대에게 호감을 사고, 꾀어내는 수법을 쓰는 사기꾼들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하는 데서 나아가 자신의 나이, 직업까지 속이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 하모(28) 씨는 얼마 전 소개팅 앱에서 마음에 쏙 드는 여성을 만났다. 우선은 프로필 사진에 올라온 상대방의 외모에 호감이 생겨 앱에서 말을 건넸는데, 대화도 잘 통하는데다 취향까지 비슷했다. 대화를 시작한 지 3일째 되던 날, 두 사람은 직접 만날 약속을 잡았다.
드디어 약속 당일. 새로운 이성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하 씨는 옷도 빼입고 미용실에도 들렀다. 들뜬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서 기다렸지만, 그를 반하게 한 미모의 커리어우먼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앱 상의 여성이 본인이라고 주장하는 전혀 다른 여성을 만났다. 그 여성은 하 씨보다 14세가 더 많은 이혼녀였다. 모 대기업에 다닌다던 소개와는 다르게 동네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다.
하 씨는 “누가 봐도 전혀 다른 사람이었는데 ‘사진이 좀 잘 나왔다’며 둘러대는 모습이 오싹하기까지 했다”며 “생각해보니 소개팅 앱에서는 어떤 거짓말을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지 않나. 그 길로 바로 탈퇴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 여성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하 씨는 틈을 타 몰래 도망쳤다고 했다.
아예 성별 자체를 속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실제 지난 5월에는 소개팅 앱에 10대 여성의 사진을 걸어 놓고 여자인 척 행세해 20대 남성으로 부터 돈을 뜯어낸 남성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성매매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성매매 종사자들이 업체 홍보 통로로 소개팅 앱을 이용하면서 성 구매자들도 앱을 이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소개팅 앱 이용자가 이성 친구가 없는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소개팅 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 여모(27) 씨는 앱에서 만난 남성에게 성매매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여 씨는 “말도 잘 통하고 외모도 내 스타일이라서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성적인 대화를 유도하더니 나중에는 결국 성매매를 제안했다”며 “소개팅 앱을 쓴다고 하면 다들 성매매로 생각하는 건가 싶어 그 길로 바로 탈퇴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법적으로는 다소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입증된 피해를 제외하고는 처벌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명의 도용이나 성매매 제안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소개팅 앱 제작사의 자체 필터링 시스템 확충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 소개팅 앱 제작사 측에서는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개팅 앱 개발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온 불건전 이용자에 한해서는 앱 이용을 금지하고, 신원 확인을 위해서도 좀 더 까다로운 인증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면서도 “솔직히 스마트폰 앱이라는 특성상 그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검사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