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근로조건 어길 때 항의 위한 법적 근거로 꼭 필요.
2012년부터 고용주와 근로자간 근로계약서 서면 작성 및 교부가 의무화됐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아직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졸업 후 IT업계 회사에 취직한 강지은(가명, 25,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아홉 달째 같은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강 씨는 취업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마음 한편에는 불안함이 남아있다. 매달 10일에 월급을 받기로 한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입사 전 면접을 볼 때 회사 측은 주 5일 근무와 동종업계에서 비교적 괜찮은 수준의 급여를 제안했다. 그리고 강 씨를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는 대신 근무기간이 3개월씩 늘어날 때마다 수당을 더 지급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회사 측에서 따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口頭)로 약속한 것에 그쳤지만, 강 씨는 "이 쪽 업계에서는 계약서를 안 쓰는 경우가 많다. 내 친구도 계약서 없이 일한다. 그래서 나도 그냥 그 말을 믿고 일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고용주는 그녀에게 보험을 들지 않고 정기적으로 수당을 지급받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을 들게 되면, 회사 측에서도, 노동자 측에서도 납부해야하는 돈이 더 들어서 서로 지출이 생기게 되니 그 대신 수당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었다는 것이다.
강 씨는 이 조건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입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첫 월급부터 약속한 날짜에 받지 못했다. 회사는 월급을 늦게 주는 것도 모자라 분할해서 각각 다른 날에 지급하기도 했다. 강 씨는 약속을 어긴 고용주 때문에 마음이 상했고, 그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미운 털이 박힐까봐 혼자 삭히고 있다. 그녀는 "솔직히 직장인들은 월급날 하나만 보고 사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되서 속상하다"며“뭐라 말을 하고 싶은데 눈치가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경남 김해시 삼정동에 사는 최태준(21)씨는 2013년 7월 집 근처에 있는 볼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계약서를 쓰지 않았지만, 다음날부터 출근하라는 고용주의 말에 묵묵히 따랐다. 최 씨는 "원래 계약서를 써야한다는 것을 알지만 고용주에게 계약서를 요구하는 것이 눈치보였다"고 말했다.
고용주는 최 씨에게 11시간의 근로시간과 매일 5000원의 점심 식비를 지불하기로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최 씨의 근무시간은 12시간이었고 매일 5000원 씩 주기로 약속한 점심 식비는 출근한 지 3일 후부터 받지 못했다. 최 씨는 일하다 보면 고용주가 그에게 했던 말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 예상했지만, 약속한 것과 너무 다른 근무환경에 불만을 가졌고, 2주 만에 일을 포기했다. 그는 "약속과 너무 달라서 사장이 나한테 사기 치는 기분이 들었다. 2주 만에 때려치우길 잘했다"고 말했다.
고용계약서 없이 일하는 것이 몇몇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8월 기준으로 피고용자들의 계약서 서면 작성 비율을 조사한 결과, 정규직은 55.2%, 비정규직은 55.9%로 나타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계약서 없이 일을 하고 있다. 2013년 3월 기준으로 임금근로자의 계약서 서면 작성 비율은 전년 동월 대비 1.8%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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