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사내 성희롱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 동향을 감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5일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노조 역무지부(역무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교통공사, 성폭력 피해 여성 미투에 대한 표적 사찰 규탄과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성희롱을 겪은 피해자 A 씨도 참석했다.
이날 피해자 A 씨는 “서울교통공사 감사실 직원이 피해자 근무지를 찾아와 동향을 파악하려고 했다”며 공사의 ‘표적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실 직원이 A 씨의 근무지를 찾아 동료들에게 A 씨에 대해 캐물었다는 것. 대개 "A 씨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구체적으로 동향을 보고하고 있는지" 등의 질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이는 저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며 “감사실 직원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려운 이상 철저한 외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말을 맺었다. A 씨는 발언 중간 울먹이기도 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초 성폭력 피해 여성 A 씨와 가해 관리자를 인접 근무지로 발령 내 공분을 산 바 있다. 가해 관리자는 A 씨에게 성적 욕설을 퍼부어 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충격을 받은 A 씨는 공사 경영진에 인사발령을 재고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묵살했다. 직무상 접촉할 기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사 경영진은 ‘미투 운동’과 해당 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로 논란이 커지자 가해 관리자를 교체발령 냈다.
역무지부는 이와 관련해 가해자 처벌 등 서울시의 조치를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기는커녕 감시, 사찰까지 자행한 서울교통공사의 태도는 피해자를 두 번 세 번 짓밟는 반인권적 행태”라며 “이대로 방치해 둘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서울시가 나서 제대로 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공사는 한겨레를 통해 “감사실 직원을 조사 중”이라며 “사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 네티즌은 “비참하고 슬픈 현실”이라며 “성폭력과 이를 무마하려고만 하는 우리 사회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저런 사람을 발령낸 인사권자부터 탈탈 털어야 한다”며 “누가 나를 감시할까 봐 어디 무서워서 직장생활할 수 있겠나”라고 씁쓸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