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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시험 컴퓨터 채점으로 민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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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시험 컴퓨터 채점으로 민원 봇물
  • 취재기자 이광욱
  • 승인 2014.08.0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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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변 상황 감지 못해...면허시험장, “시스템 오류 수정 중”
대학생 이모(23,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 씨는 얼마 전 도로주행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졌다. 불합격 이유는 우회전할 때 우측 도로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빨간색일 때 지나갔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모든 차량은 우회전시 우측 횡단 보도 신호등이 빨간불이라도 보행자가 없을 때는 서행하면서 지나가도 된다고 명시되어있다. 이 씨는 그렇게 했음에도 떨어졌다. 최근 운전 면허시험 차량에 동승한 시험관이 갖고 있는 태블릿PC로 도로주행 시험을 전자채점하게 돼있는데, 이 PC가 이 씨가 처한 상황에서 보행자가 있는지의 여부를 감지하지 못하고 횡단보도가 빨간불일 때 차가 가면 무조건 신호위반으로 채점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법규대로 운전했는데 컴퓨터가 신호위반으로 인식했다”며 “전자채점이 억울한 사람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은 2012년 11월부터 전국의 도로주행 시험에 태블릿PC를 이용한 전자채점 방식을 도입했다. 전자채점 방식은 과거 시험관이 모든 항목을 수기(手記)로 채점했던 것과 달리 차량에 부착된 센서와 연결된 태블릿 PC로 신호위반, 속도위반, 급출발, 정지 등을 자동 채점하는 형태다. PC의 전자채점 항목은 전체 87개 항목 중 25개를 담당하고, 나머지 항목은 시험관이 직접 채점한다. 그러나 도로의 다양한 상황이란 변수를 일일이 컴퓨터가 감지해서 채점에 반영하지 못하고 이를 시험관이 임의로 수정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억울한 실격자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도로주행 시험 삼수생인 동의대학교 2학년 강혜란(21) 씨는 전자채점을 불신하고 있다. 그녀는 좌회전하려다가 갑자기 끼어든 버스로 인해 횡단보도 안에 정지하게 됐는데, PC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지 못해 예외 없이 실격 처리됐다. 합격을 불과 50m 놔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와 동승했던 시험관도 안타까워하며 시험관이 컴퓨터 채점 결과를 수정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전자채점 시스템은 시험관의 주관을 배제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어서 시험관의 수정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설정됐기 때문이다. 강 씨는 “응시료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면허시험장 돈만 벌어 주는 것 같다”며 “도로상황을 감지하지 못하는 전자채점으로 인한 실격에 더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본인 과실로 면허가 취소된 운전경력자들도 면허를 재취득할 때 이 전자채점 시스템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각종 돌발 상황을 전자채점 시스템이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도모(43) 씨는 직진 구간에서 시속 50km로 달리던 도중, 횡단보도 정지선을 넘자마자 신호등이 황색으로 바뀌어 그냥 직진했는데, 전자채점 시스템이 곧바로 신호위반으로 판정해서 실격을 당했다. 그는 “그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정지선에 맞출 수 없을 것이다”라며 “실제로 운전할 때도 이런 경우는 그냥 통과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도로주행 시험의 전자채점은 실제 운전 현실과 너무도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그래서 많은 수험생들이 괴로워한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2차선에서 3차선으로 바꾼 뒤 연이어 우회전하려고 한다면, 대개의 운전자들은 한 번 우회전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꾼 후 계속 우회전 깜박이를 켠 상태에서 우회전하게 된다. 그러나 전자채점 방식은 차선 바꿀 때 깜박이를 한 번 켰다가 끄고 곧바로 우회전할 때 다시 한 번 깜박이를 켜야 합격으로 채점한다. 또, 신호대기 중일일 때 운전자가 기어를 중립으로 놓아야 전자채점기가 합격으로 판단하는데, 교통 정체로 2~3초간 정차했을 때에 기어를 중립으로 놓지 않아도 컴퓨터가 신호대기 중으로 판단하여 감점한다. 점수 미달로 합격하지 못한 주부 심모(45) 씨는 전자채점이 너무 실제 상황과 연관되지 않아 불만이 많다. 심 씨는 “차선변경 후 바로 우회전하는데 누가 깜박이를 껐다가 다시 켜는 번거로운 일을 하느냐”며 “차선을 동시에 2~3개씩 바꾼 경우도 아닌데 이를 불합격으로 감지하다니 너무 스시템이 문제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로주행 시험 중에 직진 코스에서 시험 감독관이 50km로 속도를 내라고 주문하는 미션이 있다. 하지만 이때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속도를 높이다가 신호등이 바뀌면 운전자는 급정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PC는 이미 시스템이 입력돼 있는 속도 기준치인 50km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감점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전자채점에 관한 불만이 끊이지 않자, 부산남부면허시험장 관계자는 “현재 많은 분들이 전자채점 시스템의 신뢰성이 의심된다며 민원을 넣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자채점의 결과를 시험관이 임의로 바꾸거나 개입할 수 없다”며 “전자채점에 나타나는 프로그램 오류 등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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