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복과 용품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행법상 이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거래상은 단속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버젓이 활개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 포털사이트에 ‘경찰 제복 대여’를 검색하면 한눈에 확인되는 사이트만 수십여 개다. 누가 봐도 가짜인 것처럼 보이는 1만 원대 코스프레 제복에서부터 실제 경찰들이 착용하는 제복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신형 춘추복, 하복, 동복은 물론 점퍼, 심지어는 전투 경찰 진압복도 대여 가능하다. 경광봉, 진압봉, 군화, 방패, 권총, 수갑 등의 용품은 추가 가격을 지불하면 얼마든지 빌릴 수 있다.
이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2015년 제정된 ‘경찰 제복 및 경찰 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관이 아닌 사람이 경찰 제복을 착용하거나 장비를 휴대한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판매자에게 적용되는 처벌 규정은 더욱 엄격하다. 법률은 판매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문화·예술 활동 ▲공적 의식행사 ▲공익적 목적을 위한 활동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대여할 수 있다. 이에는 신분 확인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한 대여 사이트에 경찰 제복을 빌릴 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사이트 운영자는 휴대폰 번호와 이름, 배송지 외에는 아무 정보도 요구하지 않았다. 신분은 물론 연령도 확인하지 않았다. 제복, 수갑을 2박 3일간 대여하는 요금은 15만 7000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이 복장을 빌려서 무슨 일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갑 등 경찰 용품을 구하기는 더 쉽다. ‘경찰기관만 구매 가능하다’는 공지가 무색하게 접수부터 구매까지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제복 대여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신분 확인 절차는 생략됐다. 구매자가 경찰 기관인지, 경찰을 사칭하려는 사람인지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실제로 범죄에 악용된 사례가 있다. 지난 1월 강모(44) 씨는 경찰관을 사칭해 중국인 여성에게 접근해 동거, 이별을 통보받자 납치 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여성은 강 씨가 인터넷에서 구입한 가스총, 수갑, 무전기 등을 보고 그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
지난해 3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A(37) 씨는 경찰 신분증, 경광봉을 이용해 택시를 세워 검문하고, 택시에 타고 있던 여성에게 ‘경찰서로 동행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차로 옮겨 태워 성추행했다.
경찰은 단속에 힘쓰고 있다면서도 모든 사이트를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정기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눈속임 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단속하는 데 애를 먹는다”며 “제보가 접수된 사이트나 매장에 대해서는 곧바로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경찰 용품은 사서도 안 되고, 판매해서도 안 된다”며 “경찰은 어떤 상황에서도 금품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칭이 의심되는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