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당해도 부모 알까봐 청소년은 쉬쉬...당국은 발견 어렵다며 대책 마련 중 / 김강산 기자
올해 고등학생 아들을 둔 김연희(5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얼마 전 아들의 책상을 정리하던 중, 두 달에 걸쳐 40만 원 상당의 금액을 이체한 영수증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들을 추궁한 끝에, 모바일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설날에 받은 세뱃돈과 모아놓은 용돈을 모두 사용했다는 대답을 듣게 됐다. 김 씨는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아들이 40만 원이라는 거금을 게임에 사용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미성년자인 아들을 대신해서 ‘대리결제’를 해 주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김연희 씨에게는 낯설고 놀라운 사실이지만, 대리결제는 현재 인터넷에서 성행 중이다. ‘대리결제’는 신용불량 등 개인 사정으로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리결제자가 결제 금액과 수고비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고 대신 결제를 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이 대리결제 서비스가 변질되어, 현행법상 부모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결제가 필요한(예를 들면,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 화폐 구입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대리결제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SNS를 통해 미성년인 게임 이용자가 게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대리결제자에게 넘겨준다. 그 후 미성년자가 문화상품권을 이용하거나 무통장입금으로 대리결제자에게 금액을 지불하면, 성인인 대리결제자가 직접 미성년자의 아이디로 게임에 접속해 카드 결제를 통해 게임 화폐를 충전한다. 10분 도 채 걸리지 않아 의뢰인인 미성년자의 게임 아이디로 게임화폐 구매가 완료되고, 청소년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네이버 검색창에 ‘대리결제’라고 검색해보면, 이미 수백 개의 업체가 뜰 정도로 대리결제 사이트가 성업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사업자등록번호까지 내걸고 당당히 영업 중이다.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대리결제 수익은 ‘수수료’에서 나온다. 결제 금액에 따라 다르나, 최소 결제금액의 30%, 혹은 그 이상을 수수료로 받는다. 5만 원을 결제하면, 수수료만 1만 5000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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