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부전동 젊음의 거리엔 '청년다방'이란 간판을 내 건 가게가 눈에 띈다. 가게 이름은 다방이지만 7080 세대들이 애용한 옛날의 다방을 연상했다간 낭패를 겪는다. 이곳 청년다방은 떡볶이 전문점이다. 커피와 함께 다양한 토핑을 곁들인 이색 떡볶이를 판매한다.
대학생 위유진(23, 부산 영도구) 씨는 오늘도 이곳을 찾았다. 점심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약 30분 정도 대기 줄을 기다린 후 가게 안으로 들어간 그녀 앞에 주문한 떡볶이 접시가 나왔다. 그런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떡이 아닌 그 위에 먹음직스럽게 올려져있는 오징어 튀김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이 집을 찾는다는 위 씨는 “차돌박이, 오징어, 오믈렛 떡볶이 등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주 먹어도 질리지가 않고, 매콤한 게 맛있다”고 말했다.
청년다방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또 다른 떡볶이 집 ‘엉클스’도 만석이다. 이 식당의 떡볶이에는 새우튀김과 버팔로 윙이 올려져 있다. 색다른 조합이 어색할 법도 한데 가게 안은 손님들로 인산인해다.
부산 동래구에 있는 퓨전 음식점 ‘골목끝집’은 떡볶이 전문점이 아닌 일반 음식점이다. 그러나 산낙지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산낙지 떡볶이’를 메인 메뉴로 내세웠다. 이곳을 가 본 젊은 층들의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퓨전 떡볶이 맛집이 됐다. 골목끝집 김태운 점주는 “기본적인 떡볶이는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산낙지를 넣은 떡볶이를 개발하게 됐다”며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아 손님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아서 메인 메뉴로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떡볶이와 관련된 메뉴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다양한 토핑과 함께 먹는 퓨전 떡볶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떡과 어묵 등 평범한 떡볶이 재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튀김, 삼겹살, 순대, 해물 등 갖가지 음식이나 재료들을 함께 요리하여 더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떡볶이가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토핑 뿐만 아니라 떡볶이 소스 자체가 바뀐 떡볶이도 있다. 인기 프랜차이즈 분식점 ‘스쿨푸드’는 까르보나라 파스타의 하얀 소스와 떡볶이를 접목한 까르보나라 떡볶이를 판매하고 있고, 부산 서면의 음식점 ‘코끼리 식품’은 짜장 소스로 만든 ‘짜장 떡볶이’를 대표 메뉴로 선보여 젊은이들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 이곳을 찾은 박경진(22, 부산 금정구) 씨는 “평소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편이라서 매운 떡볶이 먹기가 망설여졌다”며 “그런데 여기는 전혀 맵지 않은 짜장 소스로 만들어 내 입맛에 딱 맞는다”고 말했다.
토핑과 소스를 넘어서 떡볶이를 다른 음식과 합친 곳도 있다. 프리미엄 분식 카페 ‘김피라’는 치즈나 소스를 찍어먹는 스위스 요리 퐁듀와 떡볶이를 결합해 ‘떠먹는 퐁듀 떡볶이’를 선보였다. 흡사 피자와 같은 모양새로 치즈와 베이컨, 감자튀김 등이 가득 들어간 떡볶이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샀다.
과거 떡볶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빨간 양념의 음식이 아니었다. 떡볶이는 궁중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소고기와 함께 간장 양념을 했다. 그러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고추장 소스가 개발되면서 지금의 형태로 변했던 것. 우리가 흔히 아는 떡볶이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1950년대로, 떡볶이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 중구 신당동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그런데 다양한 맛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추어 떡볶이가 다시 한 번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외식업 관계자 백영애(68, 부산 진구) 씨는 “떡볶이는 조리법도 쉽고, 다양한 퓨전 형식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외식업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메뉴”라며 “우리도 평범한 떡볶이보다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춘 떡볶이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