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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 자연, 피카소, 플라멩고...여기는 스페인 '말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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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 자연, 피카소, 플라멩고...여기는 스페인 '말라가'
  •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 승인 2014.09.07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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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8월 19일 스페인 코르도바에 있는 '에떼야'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왔다. 스페인에 왔지만 아직 대학이 개학 전이기 때문에 살 동네에 적응하지도 못했으면서, 기자는 제법 여유를 보이려고 27일부터 28일까지 1박 2일 동안 말라가를 다녀왔다. 별다른 기대 없이 차에 몸을 맏기고 있던 기자는 타고 있던 버스가 말라가로 들어설 때 "우와! 좋다! 여기서 살고싶다!"고 외치고 싶은 느낌을 단번에 받았다. 말라가는 기자가 지내고 있는 코르도바보다 확연히 도시스러웠고,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는 기자의 마음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 Malaga로 향하는 Alsa버스 안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 일행(사진: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버스에서 하차한 기자 일행들은 '오아시스 호스텔'로 향했다. 일행들이 인터넷에서 평가가 좋아서 선택한 이 숙소에 도착한 직후, 우리는 그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다. 그곳은 비싸지 않은 방 값에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 일행은 이번 여행의 시작이 좋다고 쾌재를 불렀다. 나중에 우리 일행에 이 호스텔에서 '그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정말 그랬다.
▲ Malaga 의 Mareques de Larios 거리의 모습(사진: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기자 일행은 호텔에서 짐을 풀자마자 곧장 해변 '말라게따'로 향했다. 말라게따가 우리 가슴을 벅차게 한 것은 눈에 밟히는 말라가 하나 하나, 또는 말라가의 모든 것이었다. 말라가는 스페인 제2 항구도시로서 기자의 고향인 부산과 비슷한 기후, 풍경, 짭쪼름한 바다 냄새를 지녔다. 말라가는 '다이나믹 부산'의 적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다이나믹한 열정을 지녔다. 그래서 말라가는 내 기억속에 좋은 추억으로 깊이 간직될 곳이었다.
▲ 양 옆으로 바다와 나무 숲을 끼고 있는 Manuel Agustin Heredia로 부터 이어 지는 거리(사진: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걷고 또 걸어 말라게따에 도착한 우리 눈을 사로 잡은 것은 인간이라면 숨이 막힐 수밖에 없는 말라가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낯선' 문화였다. 어린아이의 맑은 웃음처럼 티 없이 맑은 하늘과 깨끗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맑은 물은 지금 기자가 서 있는 이곳이 스페인 말라게따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상의를 탈의한 채 아무렇지 않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스페인 여자들의 존재는 기자가 난생처음 겪어 보는 '컬쳐쇼크'였다. 기자에게 낯선 이 장면은 문화적 차이 또는 다름으로 마구 밀려왔으며, 우리 남자 일행 네 명을 수줍게 만들었다.
▲ Malagueta 철자를 모래로 조각한 작품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있는 기자 일행(사진: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에라 모르겠다, 우리 일행은 눈을 감고 물 속으로 달렸다. 나는 어린아이의 웃음과도 같이 맑은 자연 속에서 백조 유치원 무궁화반 이세호 어린이일 적의 마음으로 돌아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바다를 헤집고 다녔다.
▲ Alcazaba 요새로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 본 말라가 야경(사진: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더 놀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재정비 시간을 가진 우리는 말라가의 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다고 알려진 '알카사바'로 향했다. 스페인 여행 안내서 <트레블 메이트>에 따르면, 이곳은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과 닮은 면이 많다고 알려졌으며 11세기에 모로코인이 건설했다는 군사 요새다. 이곳은 저녁 8시에 문을 닫았기 때문에 이보다 늦게 도착한 우리는 건물 안으로 입장하지 못하고 그 입구에 서서 말라가 전경을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외국에 나와 접하는 것들에 대해 무조건 동경의 마음을 가지는 것은 사대주의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그러나 기자는 말라가의 당당하고 웅장한 전경에 취해 사대주의고 뭐고 "우와 정말 정말 멋지다!"라고 마구 외치고 있었다.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말라가의 전경을 두 눈과 마음에 꾹꾹 눌러담고 숙소로 향하던 중, 우리 일행은 플라멩고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를 만났다. 우리는 '야호'를 외치며 신나게 스페인 음악에 빠졌다.
▲ Catedral성당 앞 거리에서 플라멩고를 연주 중인 거리의 악사들(사진: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숙소로 돌아온 우리를 반기는 것은 집의 따뜻함과 아늑함이 아닌 정체불명의 벌레 무리였다. 그게 바로 여행기 서두에서 얘기한 바로 '그것'이었다. 기자 일행은 벌레 범벅의 침대 위에서 묵은 피로를 풀 수 없다고 판단했고, 우리는 전액 환불을 받은 뒤 새 호스텔을 찾아 나섰다. 그때가 새벽 2시였다. 이번 여행의 조짐이 좋을 것 같다고 쾌재를 불렀던 우리에게 이 호스텔은 '그것,' 즉 벌레 때문에 악몽이 되었다. 새 숙소를 찾는 우리들과 이제 막 말라가에 도착해 묵을 곳을 찾는 외국인과 한 팀이 되어, 우리는 예상치 못한 숙소 구하기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우리는 잠깐의 방황 끝에 다행히 새 숙소를 구했고 조촐한 피자 파티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상황을 작은 '우리'만 맞닥 드렸다면 더 무섭고 막막했을 텐데 외국인 친구들과 더 큰 '우리'가 되었기에 쉽게 극복했지 않았을까? 세계는 역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아니 세계는 '우리'처럼 하나가 될 수 있다!
▲ La Rosaleda Stadium 앞에 도착해 책 속의 사진과 실제 건물을 비교해 보는 '척'하고 있는 기자(사진: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새 숙소에서 단잠을 청하고 일어난 우리는 곧장 비장의 우리 일정을 시작했다. 그것은 말라가 스타디움 정복이었다. 말라가 스타디움은 우리가 TV에서 보아온 유럽의 축구장 크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직접 보니 웅장하기 이를 데 없었다. 우리는 아프리카의 처참한 현실을 알리는 것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Museum Jorge Rando' 전시회에 들렀다. 기자는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현실을 그린 그림들은 기자가 작가의 진심을 알고 같이 아파하고 슬퍼하는 것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우리는 걸음을 옮겨 피카소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Museo PICASSO Malga'로 향했다. 명장의 그림이라면 모르고 봐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기자의 생각이 짧았다. 역시 전시회에 오기 전에는 더 많은 것을 느끼기 위해 공부하고 오는 게 좋았을 듯했다. 기자는 그저 피카소의 그림이라는 사실 아래 의무감을 가지고 그림 앞에 오래 서있는 척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 패턴은 피카소의 생가에 들러서도 이어졌다. 기자는 이곳에서도 아는 것이 없어 감동하는 척해야 했다. 피카소 관련 일정을 마치고 오후 8시 차편까지 우리에게 3시간이 남았다. 우리 일행은 그 시간 동안 각자 자유여행을 한 뒤 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자 길을 나섰다. 나는 우리 일행 중 한 명인 나의 오랜 벗 김지승과 다시 말라게따 해변를 찾았다. 지승이는 기자의 어릴 적 친구로 수사가 되기 위해 2012년에 카톨릭 수도원에 들어 갔다. 그리고 수도 생활이 스페인으로까지 이어져 이곳에 머물고 있다가 우리 여행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해변을 따라 걸으며 둘만의 시간을 가졌고, 이 시간은 말라가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친구와의 우정 때문에 기자에게 더욱 아름답고 감동적인 순간으로 남아있다. 7시에 역에서 다시 만난 우리 일행은 지승이가 스페인 성당의 신앙캠프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만났던 스페인 소녀들 몇 명과 잠깐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들은 유쾌했고 친절했다. 지승이를 통해 기자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안 스페인 소녀들의 요청으로 기자는 <You are So Beautiful>을 스페인 말라가 버스역 버거킹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스페인 여자들에게 불러주는 값진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떠날 시간이 되어 우리는 코르도바행 버스를 탔고, 기자를 제외한 일행 모두 골아떨어졌다. 기자는 잠이 오지 않았다. 노을이 짙게 깔린 대자연을 벗삼아 달리는 버스 안에서 기자는 귀가 아닌 마음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하나 하나의 재료 각자가 모여 훌륭한 비빔밥을 이루는 것처럼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좋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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