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배달료 유료화 정책에 업계 눈치 게임 돌입…"교촌치킨 상황 예의주시" / 정인혜 기자
서로 눈치만 보던 ‘치킨 가격 인상 전쟁’이 시작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료 유료화’ 정책을 내세우고 나선 것. 이를 두고 소비자와 업계의 반응은 극명히 나뉜다. 소비자는 배달료를 핑계로 한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라며 ‘꼼수’ 정책을 비판하고, 업계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반기고 있다.
논란의 방아쇠는 국내 치킨 가맹점 1위 교촌치킨이 먼저 당겼다. 교촌치킨은 지난 6일 내달 1일부터 건당 2000원의 배달료를 받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교촌치킨 베스트 메뉴인 ‘허니콤보’ 한 마리 가격은 1만 8000원. 여기에 배달료까지 더하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2만 원이 된다. 메뉴 가격 자체에는 변동이 없지만, 사실상 가격이 인상된 것이다. 치킨 1마리 2만 원 시대가 열린 셈이다.
교촌치킨 측은 “최저임금 인상, 배달 대행 수수료 증가로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이 매우 악화됐다”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배달료 인상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교촌치킨 가맹점주들은 한목소리로 본사 정책을 반기고 있다. 20일 부산의 한 교촌치킨 매장. 점주 최모 씨는 배달료 유료화 정책에 대해 ‘당연한 조처’라고 만족해했다.
최 씨는 “시장 물가, 월세, 인건비 모두 다 오르는데 그동안 치킨 가격만 제자리였다”며 “인건비가 오르면서 일손이 모자라 배달은 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우리도 대행업체를 썼는데, 그러다 보니 치킨 한 마리를 팔아도 남는 돈이 2000~3000원 선이었다. 배달료는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저항에 따른 매출 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어차피 배달료도 못 받고 나가는 치킨은 우리 측에서도 손해”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교촌치킨 점주 A 씨는 “사실 이전부터 배달료를 따로 받고 있었지만, 이렇게 본사가 나서서 공식적으로 발표해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해당 지점은 지난해 7월부터 2000원의 배달료를 받았다고 했다. 본사 방침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것이다.
A 씨는 “배달 대행에 돈을 떼어 주고 나니 이건 자원봉사로 치킨을 튀겨주는 수준이라 어쩔 수 없이 배달료를 따로 받았다”며 “주문 전화가 들어올 때마다 설명하기도 민망하고 항의하는 손님들이 많아 속상했는데 이제 속이 다 시원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에서는 교촌치킨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3위 BBQ 측은 아직 배달 유료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잇따르는 가맹 점주들의 항의에 따라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BBQ는 지난해 치킨 가격 인상을 추진하다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BBQ의 가맹점주 B 씨는 “요즘 전부다 배달 앱으로 주문하는데, 배달 앱 수수료에 배달료까지 하면 진짜 남는 게 하나도 없다. 닭 값에 치킨 무, 하물며 나무젓가락 가격까지 죄다 올랐다”며 “거기다 올해는 인건비까지 엄청 올랐는데 치킨 가격 인상을 못 해준다면 배달료라도 따로 받게 해줘야 한다. 솔직히 배달은 서비스지 당연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배달료’가 명분이라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치킨 가격이 인상된 셈이기 때문이다. 그간 전문가들은 치킨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마지노선을 ‘2만 원’으로 제시했다.
직장인 신은진(27) 씨는 “닭 값 떨어질 때는 가만히 있다가 최저시급 오르니 곧바로 배달료 측정하겠다는 태도가 너무 괘씸하다. 지금까지 매장에서 포장해가는 손님에게 서비스를 준 것도 아니면서 너무 뻔뻔하지 않느냐”며 “치킨 값 자체가 이미 원가 5배 이상 부풀려서 챙겨 먹는 구조인데 여기서 더 손해 보기 싫어서 배달료를 받겠다는 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문제로 지목하는 의견도 다수다. 직장인 이선경(30, 부산시 영도구) 씨는 “물가가 큰 폭으로 올라서 다들 힘들다는 건 알지만, 솔직히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은 본사 갑질만 아니면 해결될 문제 아니냐”며 “생닭이 얼만지 뻔히 아는데, 본사가 조금 적게 가져가면 모두가 행복하다. 왜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