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케트 등 소유 SPC 그룹 3세 부사장...."오너리스크 언제까지" 국민들 분통 / 이준학 기자
국민들이 재벌가의 부적절한 행태에 또다시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번에는 파리바게트, 베스킨라빈스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종합식품유통 기업 SPC 그룹의 허희수(41) 부사장이 마약투약 혐의로 구설수에 오른 것. 결국 SPC 그룹은 허 부사장을 모든 보직에서 해임하는 조치에 나섰지만 전일 대비 1% 이상 주가가 하락하는 등 업계의 타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8일, 서울동부지검은 허 부사장이 해외에서 액상 대마를 구입, 국내로 반입해 투약한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라고 밝혔다. 액상대마는 말린 대마보다 수십 배 진한 농도의 대마 성분으로 이뤄져있어 환각증세도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검찰은 이에 사안을 심각하게 여기고 수사에 돌입, 허 부사장의 머리카락과 소변 검사를 통해 물증확보까지 마쳤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또다시 재벌의 잘못된 행태에 짜증과 경멸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뉴스를 접한 한 네티즌은 “이것이 대한민국 재벌 2세, 3세들의 실상이다. 이런데도 (재벌)개혁 안하고 되겠나”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당사자가 ‘재벌’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화를 돋웠다. 물가상승과 고용불안 등으로 시민들의 삶이 각박해지는 가운데, 경제적 여유가 넘치는 기득권 계층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도덕적 해이에 분노가 이어진 것. 재벌들의 각종 비행사례와 ‘갑질’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반응도 더러 있었다.
이와 동시에 ‘오너리스크(owner risk)’ 현상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너리스크란 재벌이나 대기업 최고 경영진의 독단·불법적인 행위로 기업의 경영활동에 피해를 입히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의 부도덕한 행위가 실제로는 경영과 무관하다 할지라도 기업 이미지나 관련 의혹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해당 기업에 대한 불안감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허 부사장은 지난 2016년 미국의 쉐이크쉑버거를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들여온 이후 경영자질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지만, 그가 이번 문제를 일으켜 지금의 오너리스크 사태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허 부사장의 구속이 알려졌음에도 일부 국민들은 공권력을 향한 불신 여론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당사자가 막대한 자본을 가진 재벌 3세이기 때문에 죄질에 비해 처벌이 적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 혹은 편견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접한 시민 강규연(25, 부산시 진구) 씨는 “재벌들의 비리와 불법이 드러나도 언젠가 고쳐질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며 “어차피 일반인들보다 훨씬 적은 형량을 선고받고 다시 업계로 복귀할 게 뻔한데 우리가 화를 낼 필요가 있나 싶다”며 한숨 섞인 반응을 내비쳤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총수일가의 각종 만행과 비리부터 미약한 처벌 등으로 지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부부와 세 자녀들이 각각의 자리에서 하나같이 갑질 논란을 빚어내 국민들을 화나게 한 적이 있다. 각 사건이 알려질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해 일가가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 듯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비판 여론은 주춤한 상태다. 사건 당사자 중 한 명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서는 지난 3월 그가 호텔사업을 통해 경영재개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 허 부사장이 투약한 혐의를 받았던 액상 대마는 흔히 알려진 대마초보다 훨씬 강한 환각 증세를 일으켜 당국이 더욱 예의주시하는 마약이다. 지난해, 인기 아이돌그룹 ‘빅뱅’의 탑(32, 본명 최승현)이 마약 투약혐의를 받았을 때에도 다른 혐의는 모두 시인했지만 액상 대마와 관련한 혐의만큼은 일체 부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