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을 가던 중 용변이 급한 학생을 휴게소에 혼자 남겨둔 초등학교 교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사건의 배경이 알려지면서 교사에게 내려진 선고가 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지법 형사10단독(부장판사 김부한)은 아동복지법(아동유기·방임)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 모 초등학교 A(54) 교사에 대해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8일 복수의 언론이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보면 유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해 5월 10일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가던 중 발생했다. 장염을 앓던 B 초등생은 복통으로 용변을 보길 원했다. 하지만 고속도로 갓길 정차는 위험했다. 긴급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버스 안에서 비닐봉지에 용변을 보게 했다.
A 교사는 이후 학부모에게 연락했다. 학부모는 학생을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려주면 데리러 가겠다는 말을 전했다. B 학생은 개인적으로 부모에게 귀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결국 이들은 휴게소에 들렀고, 인솔 교사였던 A 씨는 지체할 시간이 없어 학생을 휴게소에 두기로 결정했다. 휴게소 직원에게 학생을 부탁하고, 본인의 연락처를 남겼다.
A 교사는 휴게소를 떠난 이후에도 휴대전화로 계속 전화하며 학생을 챙겼다. 학생은 부모가 도착할 때까지 1시간가량 혼자 휴게소에 있었다. 그러나 학부모는 이를 문제 삼았고, 학교 측은 아동학대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
당시 대구시 교육청은 "교과 담당 교사가 출발할 때부터 버스에 동승하고 있었다"며 "휴게소에서 현장학습 장소로 막 출발하려던 찰나 시간 여유가 없어 교사가 판단을 잘못했고, 해당 선생님도 그 부분은 실수라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 결과가 공개되자, 여론은 극과 극으로 갈라졌다. 대부분은 교사가 운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 김모(53) 씨는 “애초에 아픈 아이를 현장학습에 보낸 학부모가 문제”라며 “학생이 몇 명인데 교사가 일일이 챙길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 씨는 “휴게소에 놔두면 데리러 가겠다는 부모가 교사의 뒤통수를 때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는 “교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는 것은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고, 버스 안에서 옷에 실례를 하는 것보다 볼일을 보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 배 아픈 아이를 목적지까지 억지로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설명이다.
교사는 어떤 선택을 택하든 비난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교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6학년 전체 인솔교사면 현장학습 일정 운영에 대한 자료, 현장 입장권 등 관련 서류를 다 가지고 있었을 텐데 그 아이를 위해 전체가 기다리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만약 학부모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6학년 전체 일정이 다 늦어지면 전교에 소문이 나서 해당 학생은 분명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벌금형까지는 과하지만 교사의 잘못이 분명히 있다는 반론도 있다. 교사는 학부모에게 학생을 인계할 아동 보호의 의무가 있다는 것. 학부모 이모(33) 씨는 “원칙적으로 교사가 학생을 보호하는 것이 맞다”며 “중고생이라도 미성년자면 휴게소에 혼자 두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만약 아이가 사라졌다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면 어떡하냐”라면서 “다른 교사 한 명이 데리고 있다가 부모가 왔을 때 인계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판결을 두고 한 네티즌은 일부 유난을 떠는 부모들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그는“이번 판결의 취지는 아무리 부모가 생떼를 써도 절대 학생을 내려주지 말고 일정이 끝날 때까지 데리고 다니라는 주문인 것 같다”며 “이번 판례로 부모의 억지는 가볍게 무시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