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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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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현상
  • 편집위원 우병동
  • 승인 2014.10.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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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부산 경남 지역 신문 사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울산 지역의 대표들이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나라 산업을 주도하는 지역으로 알려진 울산의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울산에는 조선사업을 중심으로하는 중공업 회사가 있고, 정유와 석유화학 회사들이 있다. 또한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 산업들이 지금 크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들어 선박 수주량이 당초 계획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하강으로 원유 물동량이 대폭 줄어 유조선 수요가 크게 줄고 있고, 우리나라의 선박제조 기술이 크루즈선등 부가가치가 높은 다른 종류의 선박을 제조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유회사에 원유의 정제를 의뢰하는 양도 크게 즐었고, 기술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석유화학 제품들은 이미 중국의 회사들에게 따라잡혀 값싼 중국제품들이 세계 시장을 휘젓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수출을 떠받혀 온 것은 거대한 중국 시장이었는데 이제 중국 시장에서는 한국 제품들이 팔리지 않고 비슷한 품질에 가격이 훨씬 싼 중국산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 텔레비전 냉장고등 가전제품 들이 그렇고 우리 경제의 효자 종목이었던 휴대전화도 중국의 비슷한 제품에 선두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우리가 수출로 돈을 벌어 기술 개발로 제품을 고급화하기 보다는 부동산 개발이나 주식 투자 등으로 쉽게 부를 늘리고 있는 동안 중국은 우리 기술을 거의 따라잡아 값싼 인건비로 제품 가격을 크게 낮추어 우리 상품을 추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세계 시장에 나가보면 미국이나 유럽, 일본등의 고급 제품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우리 제품이 뚫고들어갈 틈이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생활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먹는 것, 입는 것, 잠자는 집, 여가를 보내는 수준을 보면 세계 어느나라 사람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아니 오히려 선진국 시민들보다 화려하게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스포츠나 문화 예술을 즐기는 안목도 세계적이다. 얼마전 폐막된 아시안 게임이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이미 우리의 눈높이는 올림픽 게임이나 월드컵 수준이 아니면 만족하지 못하는 선에 와 있는 듯하다. 야구는 메이저리그 축구는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정도 되어야 성에 찬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작품의 티켓가격이 1백 달러를 조금 웃도는데 우리나라 뮤지컬 작품의 가격이 15만원을 넘는데도 객석이 가득 찬다. 풍요롭게 살고, 스포츠를 즐기며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실력이다. 상품을 수출하면서 수익의 상당부분을 외국에 로열티나 부품 값으로 내주면서도 외형만을 보고 선진국 시민의 흉내를 내는 것은 좀 지나치다. 한 두 명의 박지성이나 류현진 선수가 있다고 해서 우리의 야구나 축구의 실력이 세계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대중문화 상품 좀 외국에 팔리고 있다고 해서 문화 예술의 선진국이 아닌 것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우리의 한류도 이미 중국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좀 팔린다고 해도 대부분의 이익은 자기들이 챙기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좀 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실제보다 더 높은 것을 바라보는 착시현상을 바로잡고 이제라도 기초부터 다져서 내용을 충실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의 눈과 마음에 끼어있는 거품을 걷어내고 올바르게 현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의 발전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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