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이 소득을 앞지른 저소득층 가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소득은 큰 폭으로 늘지 않는데 기름값, 임대료, 장바구니 물가만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 결과’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 7000원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보면 교통(서비지출의 14.4%), 식료품·비주류음료(14.1%), 음식·숙박(13.9%), 주거·수도·광열(11.1%) 순으로 지출 비중이 높았다.
교통비는 36만 9100원, 식료품·비주류음료비는 36만 300원, 음식·숙박비는 35만 4200원, 주거·수도·광열비는 28만 3000원, 통신비는 13만 7800원이었다.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교통비, 식료품·비주류음료비, 주거·수도·광열비를 더하면 월 101만 2400원에 달했다. 전년도(2016년 4분기 기준)에는 각각 31만 2300원, 35만 8200원, 25만 9800원으로 총 93만 3000원이었다.
그 결과 저소득층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많았다. 앞서 통계청의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8만 6700원이었다. 이는 작년 1분기보다 8%나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이들 가구의 지출이 소득을 뛰어넘을 정도로 생계난이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월 지출은 110만 7000원이었다. 월 소득 100만~200만 원 미만 가구의 월 지출은 164만 7300원으로 조사됐다.
소득 분위간의 지출 양극화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1분위 가구는 월 평균 114만 6000원을 지출했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는 433만 1900원을 지출해 4배가량 차이가 났다. 1분위는 식료품·비주류 음료(월평균 23만 2600원)에, 5분위는 자동차 구입비·연료비 등 교통비(71만 7800원)에 각각 가장 많은 지출을 했다. 저소득층은 장바구니 물가에, 고소득층은 유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생계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통계청 복지통계과 관계자는 “조사 대상을 농어촌 가구까지 늘리고 조사 대상·방식을 달리했기 때문에 시계열로 전년도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1분위, 1인 가구의 소득·지출 실태를 눈 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