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을 피해 국내로 입국한 예멘 난민이 제주도로 몰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초 법무부가 이미 들어온 예멘인의 거주지를 제주도로 제한해 예멘 난민들은 제주에 발이 묶였다. 현 상황에서 난민 수용 거부를 외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소수지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제주도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 561명 가운데 5월 30일 기준 51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지난해 42명에 그쳤던 예멘 난민 신청자가 5개월 새 12배 이상 증가한 것. 이들은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말레이시아에 머물다가 체류 연장이 가로막히자 30일간 무비자로 체류가 가능한 제주도로 입국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제주도로 들어오는 예멘 난민이 급증하자, 법무부가 제동을 걸었다. 법무부는 무사증 입국불허 국가에 예멘을 추가했다. 출입국ㆍ외국인 정책본부는 지난 5월 31일 설명자료를 내고 “제주특별자치도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무사증 입국허가 방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최근 관광객이 아닌 외국인들이 대거 제주도에 입국해 본래 취지와는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며 “부득이하게 (예멘 국민의) 제주도 무사증 입국허가를 중지하게 된 것”이라고 경위를 밝혔다.
제주시는 이미 입국한 난민들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 출입국·외국인 청은 지난 11일 ”난민을 신청한 예멘인들이 주거·생계수단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함에 따라 이들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허가할 계획”이라고 입장문을 발표했으며, 지난 14일과 18일에는 예멘 난민을 상대로 취업설명회를 개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지난 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예멘 난민신청자의 절박한 처지에 대한 공감과 수용은 선택이 아닌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예멘 난민들에 대한 정부의 인도주의적인 조치에 제주도민들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은 부정적 생각을 표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 난민 문제 해결 촉구와 관련된 청원이 지난 5월부터 본격 게재되기 시작하더니, 한 달 여 동안 160여 건이 잇따라 게재됐다.
이 중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허가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원이 게재된 지 닷새만인 지난 18일 동참 인원 20만 명을 돌파해 화제가 됐다.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를 제목으로 하는 글을 게재한 익명의 청원인은 “한 달 무비자 입국과 달리 난민 신청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며 "정부가 난민 문제보다는 자국민 치안과 안전 등 다른 사회 문제에 힘써 달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청와대 공식답변 기준인 ‘30일 내 20만 명 이상 서명’을 확보함으로써 정부는 제주 난민 문제에 대한 공식적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제주 시민단체들도 난민사태의 대책 및 난민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 외국인 범죄율 전국 1위’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행진 시위를 진행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제주 시민단체들의 연합인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는 지난 5월 31일 제주도의회실에서 ‘제주도 불법 난민 대책 촉구 집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연대는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출신의 신분 불투명자들의 대거 입국은 우리의 치안을 한층 더 불안하게 하는 요소”라며 ”무사증제도와 난민법의 전면적 재검토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며 이의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소수지만 국가가 난민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는 옹호론자도 있다.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인권 국가"라며 "그들이 다시는 전쟁 위협에 시달리지 않게 최선의 지원을 해주길 청원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난민인권센터는 ”난민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과 해당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의 활동을 더는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는 공동서명을 받고 있다.
한편, 6.13지방선거에 당선돼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8일 주간정책회의에서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예멘 난민들의 제주도 집단 입국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응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응대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도민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난민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로 부작용과 사회문제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