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동강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 인터뷰, "강원도 영월서 열리는 국내 최고 사진전, 9월 21일까지 개최" / 신예진 기자
7월은 1년 중 사진전을 관람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달이다. 매년 7월 세계 곳곳에서는 다양한 사진 축제가 열린다. 프랑스 아를르에는 지난 1970년부터 이어온 세계 최대 국제 사진 페스티벌이, 일본의 히가시카와에는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사진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물론 국내에도 이들과 견줄만한 국제 사진제가 존재한다.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한국식 사진 축제 '동강국제사진제'다.
강원도 영월군에서 열리는 동강국제사진제는 올해로 17회를 맞았다. 지난 2002년 처음 개최돼 국내 사진 축제로는 가장 역사가 깊다. 사진제는 이미 지난 14일 100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개막식은 오는 22일 저녁 7시 강원도 영월군 동강사진박물관 야외박물관서 열린다. 강원도 영월군이 주최하고,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 영월문화재단이 주관한다.
이재구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동강국제사진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 역시 우연히 동강국제사진제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가 동강국제사진제를 처음 찾았던 해는 지난 2004년.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인 이 위원장은 제자들과 함께 워크샵 겸 사진제를 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2007년에는 운영위원, 2015년에는 제3대 운영위원장 자리에 올라 4년째 활동하고 있다.
동강국제사진제는 일반인에게 다소 낯설지만 사진계에서는 이미 권위를 인정받았다. 제1회부터 이어온 사진전의 대상 격인 ‘동강사진상’ 심사에는 내로라하는 국내 사진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국내 대도시 사진전인 서울사진축제, 대구사진비엔날레 등도 가뿐히 뛰어넘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7년 동안 치러진 행사가 이를 방증한다. 작은 고추가 매운 셈이다. 동강국제사진전이 열리는 영월은 인구가 고작 4만 명 정도다.
이 위원장은 동강국제사진제의 성공 비결을 대중화, 전문화, 국제화에서 찾았다. 이 위원장은 “동강국제사진제는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남녀노소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장이다. 특히 영월 군민과 강원도민의 참여를 독려해 대중화에 힘썼다”며 “동시에 싱가폴, 태국, 중국, 일본 등 외국의 유수 작가의 작품을 유치해 전문성과 국제화까지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설명대로 동강국제사진제는 볼거리가 풍부하다. 취향에 맞게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사진전에는 동강국제사진제의 대표 전시인 ‘사랑의 시대’라는 주제로 전시된 '국제 주제전', 전 세계 사진작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국제 공모전', 강원도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강원도사진가전', 전국 초등학교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긴 '전국 초등학교 사진일기 공모전' 등이 마련됐다.
동강국제사진제에 걸린 모든 전시는 이 위원장에게 소중하다. 그러나 특히 사진제를 찾는 관람객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전시가 있단다. 바로 영월군의 주요 거리가 갤러리로 변신하는 '거리설치전'이다. 이는 공공미술 개념의 전시 방법으로 거리의 벽, 계단 등에 작품이 설치된다. 올해는 ‘꿈과 희망의 영월’이라는 주제로 단종과 정순왕후를 주인공으로 정했다.
이 위원장은 오는 22일에 열리는 개막식도 강조했다. 개막식은 영월군의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물관 외벽에는 대형 프로젝터를 이용한 영상 쇼, 작가들의 작품 소개와 수상 소감, 마술 쇼 등이 열린다. 물론 먹거리도 있다. 영월 특산물로 만든 음식들이 준비된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가 가능하다. 이 위원장은 “동강국제사진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라며 “많은 분들이 개막식에 참석하셔서 자리를 함께 빛내주셨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매주 토요일 새벽 부산에서 영월까지 334km를 달리는 이 위원장. 그의 바람은 뭘까. 그는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한국 신진 작가 발굴이다. 이 위원장은 “한국 사진계의 탄탄한 미래를 위해 신생 작가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동강국제사진제 컨텐츠 대부분을 신생 작가 발굴에 초점을 맞춰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영월의 도시 브랜드를 높이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월은 컨셉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동강국제사진제가 열리는 동강사진박물관이 한몫했다. 그는 “국내에는 강원도 영월처럼 분명한 문화 컨텐츠를 가진 도시가 별로 없다”며 “강원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발걸음을 영월의 사진 박물관으로 이끌어 사진의 고장인 영월군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방 소도시의 한계를 극복한 강원도 영월. 영월의 자랑 동강국제사진제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우뚝 서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