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위원회 회원국 제출 140개 고유어 순차적 사용... 한국은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등 제출 / 백창훈 기자
7월 2-3일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돼 국민을 긴장시키고 있는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은 태국어로 비의 신인 ‘바루나’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태풍의 이름은 어떻게 정해질까.
2003년 9월 태풍 ‘매미’는 최대순간풍속 60m/s로 한반도를 강타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130명의 사상자와 4조 2225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당시 태풍을 겪었던 장해연(57, 부산시 수영구) 씨는 “그때가 추석이었다. 귀성길이었던 남동생은 운전 중, 차가 강한 바람으로 뒤집혔다. 집 베란다 창문은 다 깨졌고,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파도 때문에 큰 바위가 모래사장까지 굴러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민들은 매미를 기억하고 있지만, 정작 매미라는 태풍 이름은 사라졌다. 매년 개최되는 세계기상기구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그 해 큰 피해를 준 태풍의 이름은 퇴출시키며, 피해를 주지 않은 태풍일지라도 다른 사유로 인해 더 이상 태풍의 이름으로 쓰지 못할 경우 새로운 이름으로 대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상관측을 목적으로 설립된 세계기상기구(WMO)는 2013년 중국 남부에서 발생한 열대성 폭풍우 ‘소나무’는 쓰나미 발음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종다리’ 바꿨고, 2002년 타이에서 태풍 이름으로 제출한 ‘하누만’은 인도 기상청에서 힌두교의 신과 이름이 같다고 주장해 ‘모랏꽃’으로 대체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처음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인 것은 호주 예보관들이었다. 이들은 장난삼아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태풍에 붙여 예보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공군과 해군에서는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으며, 당시 붙은 태풍 이름은 예보관들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가, 1978년 이후부터 남자와 여자 이름을 번갈아 사용했다고 한다.
1999년까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 이름은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JTWC)에서 정했다. 이후 2000년부터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세계기상기구 태풍위원회 회원국들의 고유어를 쓰기로 했다.
현재 태풍 이름은 태풍위원회 회원국(한국, 캄보디아, 중국, 북한, 홍콩, 일본, 라오스, 마카오, 말레이시아. 미크로네시아, 필리핀, 태국, 미국, 베트남)이 각각 10개씩 제출한 140개가 5개씩 28개 조로 구분하여 1조에서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용한다. 태풍 이름을 모두 사용하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한다.
한국은 현재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 등을 태풍 이름으로 제출했다. 이 중 '나비'는 최대순간풍속 47.3m/s으로 일본에 강한 영향을 줘 독수리‘로 대체됐고 ’수달‘은 미크로네시아 연방 야프 섬에 큰 피해를 줘 ’미리내‘로 대체됐다.
북한은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수리개’, ‘메아리’, ‘종다리’, ‘버들’, ‘노을’, ‘민들레’, ‘날개’를 태풍 이름을 제출했다. 이 중 한반도에 강한 피해를 준 ‘매미’는 ‘무지개’로, ‘소나무’는 ‘종다리’로 대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