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행진·105개 단체 부스 설치...보수·종교단체 맞불 반대집회로 충돌 우려 / 신예진 기자
성소수자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시작한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2018 제19회 ‘서울 퀴어 퍼레이드’가 14일 열린다. 그러나 퍼레이드 개최 장소와 인접한 곳에서 ‘동성애 퀴어 축제 반대 국민대회’도 열려 양측의 충돌이 우려된다.
서울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1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퀴어 퍼레이드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퀴어(queer)는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영어단어로 서울 퀴어 퍼레이드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매해 열리는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의 형식을 띤 공개 문화 행사다.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드러내기 위해 도심에서 모여 행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서울서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서울 퀴어문화축제의 꽃인 퀴어 퍼레이드는 이날 오후 2시 열리는 환영무대가 끝난 뒤 4시 30분부터 시작된다. 행진은 서울광장에서 시작해 을지로 입구, 종각, 종로2가, 명동을 거쳐 서울광장에서 끝난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사회단체, 대사관, 국가인권위, 지역 커뮤니티 등 105개 단체가 부스를 마련하고 참여한다. 지난해 참여했던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올해도 축제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인권 증진과 성소수자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매년 개최된다. 지난 2000년을 9월 서울 대학로에서 시작해 2018년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첫 행사가 열렸을 때는 50여 명이 참여했지만, 지난 해에는 5만여 명이 집결해 대규모 축제로 발돋움했다.
반면,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단체는 ‘동성애 퀴어 축제 반대 국민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단체가 주도하는 이 행사는 14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다. 퀴어 축제 장소 주변인 서울광장에는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13일 오후 이미 설치됐다. 서울시는 맞불집회로 빚어질 혼잡을 예상해 경찰 5000여 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앞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도 ‘퀴어 퍼레이드’ 개최를 반대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지난 6월 14일 게시된 ‘대구 동성로/서울 시청광장 퀴어 행사 개최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 글은 21만 명이 넘는 지지를 받았다. 청원인은 ”서울 시청광장과 대구 동성로 광장은 모든 시민들의 공간이므로 타인이 쉴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그들의 변태 행사를 광장에서 보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서울 광장 사용은 청와대가 허가하거나 금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13일 국민청원 답변 자료를 통해 “14일 열리는 행사에 대한 청원이라 급히 서울시 측에 관련 현황을 파악해 전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 측은 퀴어 축제 개최는 서울시 조례와 관련 시행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광화문 광장은 신고나 신청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 조례와 관련 시행규칙이 따로 마련돼 있다. 광장에서 열리는 행사의 경우 행사일 90일 이전에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행사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서울시에서 자체 수립하는 심사를 진행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퀴어 행사 심의를 진행한 바 있다.
정 비서관은 ”서울시 심의위원회는 퀴어 축제의 광장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내왔다“며 “오는 14일에 열릴 퀴어 축제에서도 같은 내용을 전했다”고 말했다. 정 비서관은 이어 “청원자가 우려한 각종 문제에 대비한 병력 배치는 이번 행사에서도 이뤄질 것이며, 우려한 내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