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담배, 필터 등 사서 직접 제작.. 1만여 원이면 다섯 갑 만들어
“담뱃값 엄청 올랐는데, 아직도 담배 못 끊었네?” 하고 묻는 친구의 물음에 애연가 이택광(33,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씨는 웃으며 “궁(窮)하면 구하게 되느니라”라고 되받았다. 이 씨는 올해부터 담뱃값이 인상되자 말아 피는 담배인 ‘롤링 토바코’를 인터넷 사이트 아마존(www.amazon.com)을 통해 구해 피우기 시작했다.
최근 담뱃가 인상 여파로 종이에 담뱃잎으로 만든 연초(영어로는 tobacco)를 넣어 직접 말아서 피는 ‘롤링 토바코’가 유행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이명우(28, 부산시 동래구 명장동) 씨 역시 비싸진 담뱃값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는데, 최근 해운대 우동에 위치한 한 담배 전문점에서 롤링 토바코를 구입하면서 한시름 놨다. 그는 “최근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이 롤링 토바코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롤링 토바코는 연초와 담배 종이, 그리고 필터 등을 따로 구매해 직접 말아 피우는 담배를 뜻한다. 적당한 양의 연초를 담배 종이에 올린 뒤 필터를 넣고 몇 차례 돌돌 말아 침으로 끝 부분을 붙이면 롤링 토바코가 완성된다. 이처럼 연초를 말아 피우는 롤링 토바코는 ‘각련(刻煙)’이라고도 불린다. 지금까지 담뱃값이 비교적 저렴했던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지만, 영국이나 호주, 미국 등 담뱃값이 비싼 외국에서는 이미 널리 유행한다고 한다.
롤링 토바코, 파이프 담배, 시가, 전자담배 등을 판매하고 있는 해운대구 우동의 담배 전문점 ‘스누스 맨’의 점원은 작년까지는 하루에 2, 3명의 손님이 고작이었는데 올해 초부터는 하루에 수십 명의 손님이 가게를 찾는다고 말했다. 점원의 설명에 따르면, 연초 가격은 40g이 1만 1000원 수준으로, 이 정도 양으로는 대략 80~100개비의 담배가 만들어진다. 이를 담배 20개 들이 한 갑으로 계산하면 2200원 수준이다. 100여 개의 롤링 토바코를 만들 수 있는 필터와 담배 종잇값 3000원 가량을 합쳐도 일반적인 담배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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