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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 승자는 미국의 메이웨더였다. 필리핀의 국민영웅 파퀴아오는 심판 전원 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하지만 필리피노들은 더 큰 목소리로 변함없는 애정의 박수를 파퀴아오에게 보냈다.
한국시각으로 3일 낮 12시,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필리핀 거리에 오가던 수많은 사람들이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다. 필리핀 사람들이 국민영웅의 경기를 보러 텔레비전 앞에 삼삼오오 모여들었기 때문. 텔레비전이 있는 식당은 사람들로 꽉 들어찼고, 식당 유리창 밖에서나마 경기를 보려하는 사람들로 식당 앞도 붐볐다. 한 식당에서 경기를 보고 있던 제이(Jay) 씨는 “파퀴아오를 응원하기 위해 일찍 왔다. 파퀴아오가 메이웨더를 무너뜨렸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필리피노들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그들은 파퀴아오가 강한 공격을 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식당 직원들도 그럴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경기는 마지막 라운드인 12라운드까지 이어졌다. 심판 판정으로 경기결과가 결정된다면, 미국이라는 적지에서 싸운 파퀴아오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잘 아는 필리피노들은 마지막 라운드가 끝난 후 경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체념한 듯했다. 메이웨더의 승리가 확정되자, 필리피노들은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필리피노 조셀린(Jocelyn, 25) 씨는 “주먹과 끌어안기의 대결이었다. 파퀴아오는 여전히 챔피언이다”라며 경기 결과에 불만을 표했다. 아날렌(Annalen, 31) 씨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메이웨더가 이긴 이유는 파퀴아노가 공격할 때마다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챔피언은 파퀴아오다”라고 말했다. 메이웨더가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끌어안기에 급급한 것에 필리피노들이 분노한 것이다.
6년 만에 성사된 빅매치가 파퀴아오의 석패로 끝나자, 일순간 열기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파퀴아오를 연호했다. 킴(Kim, 25) 씨는 “아쉬운 결과다. 하지만 여전히 파퀴아오를 응원한다”고 했고, 헨리(Henrry) 씨는 “파퀴아오는 우리의 영원한 영웅이다. 우리에게는 메이웨더가 패배자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로 파퀴아오는 패수가 하나 더 늘어 57승(38KO) 2무 6패가 됐고, 메이웨더는 승수를 하나 더 쌓으며 48전 전승의 기록을 세웠다. 많은 필리피노들이 입을 모아 이날 경기의 승자는 파퀴아오라고 외쳤다. 경기 종료 후 파퀴아오가 인터뷰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자, 경기를 관람하던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필리피노들은 벌써부터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재경기를 기대하고 있다.